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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유화 제스처 진정성 없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포함한 북한의 유화적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북한의 움직임을 평가절하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의 시각을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가 석 달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조문단을 서울에 파견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김기남 당 비서는 당시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김 비서는 그밖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달 26일에는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가진데 이어 이달 14일과 16일에는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과 임진강 수해 방지 실무회담을 잇따라 열었습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도 유화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9월 초 평양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사를 밝히고 억류했던 여기자를 석방했습니다. 또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를 평양으로 초청한 데 이어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미국에 파견할 예정입니다.

지난 9월 초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북한이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평화공세를 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예상보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자 유화 제스처를 통해 제재를 약화시키고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안보리는 북한이 지난 5월25일 핵실험을 실시하자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해 북한의 돈줄과 무기 수출 등을 차단하기 시작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워싱턴의 미국북한인권위원회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김광진 씨도 북한이 돈줄이 차단되자 한국을 상대로 '출구'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적 제재를 많이 하고 돈줄을 조이니까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중국도 그렇게 도와주겠습니까. 핵도 제 맘대로 하고, 그러니까 지난 시기에 남한의 맛을 많이 봤기 때문에 남한에 추파를 던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석 달째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평화공세는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만남을 위한 만남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미국도 보즈워스 특사에 대한 북한의 거듭된 초청에도 불구하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미 동부 외교정책분석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인 제임스 쇼프 연구원은 북한의 평화공세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두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하나는 북한의 평화공세가 '기준 미달'이라는 것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사를 밝히고 6자회담에 복귀하면 그 틀 안에서 양자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통해 전해 온 메시지는 '미-북 양자회담을 통해 적대 관계가 해소된 다음에 다자회담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는 미국이 설정한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고 쇼프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진정성'의 문제입니다. 현재 미국과 한국 정부 정책결정자들은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스트로브 전 한국과장은 말했습니다.

"스트로브 전 한국과장은 오바마 행정부에는 북한을 다뤄본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은 북한의 유화전술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15년 간 몇 차례에 걸쳐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은 사실 때문에 미 행정부가 북한의 양자대화 요구에 매우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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