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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보즈워스 방북 놓고 ‘논쟁 중’


북한은 최근 동해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사일 발사와 남북대화 재개라는 북한 측의 상반된 움직임을 어떻게 보는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2일 동해상에서 5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하지만 이튿날인 13일에는 한국 측이 제안한 임진강 수해 방지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수용했습니다. 이어 14일 열린 수해 방지 실무회담에서는 이례적으로 황강댐 무단 방류로 인한 한국 측 인명피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한국 서강대학교의 안찬일 교수는 북한 측의 이런 움직임은 무력 시위와 대화를 배합한 북한 특유의 ‘화전양면’ 전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화전양면 전술, 그러니까 대남, 국제사회와 대화를 하면서도 ‘우리는 선군정치의 힘을 갖고 있다’는 무력 시위로 밖에는 달리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사정거리 1백 킬로미터 미만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자체 훈련이나 성능 개선을 위한 것이지 한국이나 미국을 겨냥한 위협으로는 보기 힘들다고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말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도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쐈다면 위협으로 볼 수 있지만 단거리 미사일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전문가들은 지금은 미사일보다 미-북 관계를 눈 여겨 볼 때라고 말합니다. 북한은 지난 4일 평양을 방문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통해 조건부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평양 방문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회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 담당 차관보는 지난 7일 워싱턴의 외신기자클럽에서, “미-북 양자회담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열릴 수 있지만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이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무부 내에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맞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지난 주 국무부 관리들과 만났었다며, 국무부 내에서는 현재 보즈워스 특사를 평양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과, 북한이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와 관련해 좀더 분명한 신호를 보내기 전에는 방북은 불가하다는 견해가 첨예하고 맞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클링너 연구원은 중국이 원자바오 총리의 평양 방문 결과를 미국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당초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설명했는데, 이후 다소 모호한 발표를 내놔서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방북 결과를 부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도 북한이 원자바오 총리에게 밝힌 내용은 미국이 설정한 ‘미-북 양자회담’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말한 것은 ‘미-북 회담을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한다면 다자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닉쉬 박사는 미국과 북한이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에 앞서 사전 실무접촉을 갖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양측이 실무접촉을 통해 보즈워스 특사의 일정과 의제 등에 사전 합의하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이 적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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