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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 거듭 강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고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최근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전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미국과의 양자 접촉을 적극 추진하면서 다른 관련국들에도 잇따라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화담 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최근 평양 방문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0시간 정도 만났고, 이 때 김 위원장이 한국과 일본과 대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원자바오 총리는 "북측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했을 뿐 아니라 일본, 한국과도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11일, 최근 추석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활성화 조치 등을 거론하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변함 없는 입장의 반영"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또 "6.15와 10.4 선언 등 북-남 공동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해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실현하려는 것은 온 겨레의 확고한 신념"이라며 "동족 사이의 긴장이 격화되고 대결이 심화되는 것을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꾸준히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과 대비되면서 그 의도를 놓고 이런 저런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내 북 핵 전문가들은 대부분 북한의 이런 태도 표명이 미-북 양자 접촉을 성사시키려는 데 궁극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대남 부분은 종속변수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북-미 관계를 푸는데 있어서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되거나 또는 경색돼 있을 때, 미국이 북-미 관계를 적극적으로 푸는 데 있어서 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을 좀 더 가볍게 해주고, 미국의 스탠스를 좀 더 가볍게 해주는 측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한국과는 핵 문제를 철저히 배제하고 협상함으로써 경제적 실리를 얻고, 또 이를 통해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북한의 유화적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원 총리는 1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관계 개선 의지 표명에 대해 관련국들에게 "기회를 제대로 틀어쥐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이 북 핵 해법으로 제안한 일괄타결 방안 즉 '그랜드 바겐'에 대해선 "개방적 태도로 적극 협의하자"는 원칙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보다는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관련국들이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는 데 강조점을 둔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무엇보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입니다.

"유엔 제재 속에서도 남북한의 관계 또는 북-일 간의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로 가면 중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에 대한 제재보다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고 협력을 해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중국의 정책에 가장 부합되는 상황이니까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환영할 뿐만 아니라 그런 방향으로 앞으로 주변관계를 이끌어 나가려고 하겠죠."

이에 대해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2일 "중국은 6자회담 주최국이자 북한 대외교역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북한의 최우방국"이라며 "이런 중국이 북 핵 폐기를 위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현 장관은 서울에서 열린 '2009 한-중-일 국제 심포지엄'에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최근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대해 "북한은 핵 포기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진의를 깊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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