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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집트 유물 5점 반환 결정


프랑스 정부가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이집트 유물 5점을 이집트 측에 반환하기로 했습니다. 이집트 문화부는 한 때 유물 반환 문제로 루브르 박물관과의 교류를 전면 중단하기까지 했는데요, 결국 프랑스가 이집트의 요구를 들어준 겁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프랑스가 이집트에 돌려주기로 한 유물들부터 알아보죠. 어떤 유물들입니까?

답) 파라오 시대의 유물 5점입니다. 이집트 남부의 고대 도시인 룩소르 인근에 '왕가의 계곡'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 근처에 3천2백 년 된 무덤에서 고대 장식품들이 출토됐습니다. 이 가운데 도굴꾼들이 하토르 신전의 천장에서 뜯어낸 천궁도를 포함해서 모두 5점의 프레스코 벽화가 이번에 이집트로 반환됩니다. 루브르 박물관은 이들 유물을 지난 2000년과 2003년에 사들인 뒤 전시해왔습니다.

) 유물 반환,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겁니까?

답) 지적하신 대로 유물 반환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루브르 박물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소장품을 한 번 반환하게 되면 세계 각국에서 반환 요구가 거세게 일어날 테니까요. 그래서 프랑스 국립박물관들의 소장품들을 관장하는 국가위원회가 지난 9일 특별회의를 열어서 문제의 유물을 이집트에 반환할지 논의를 했는데, 결국35명의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반환을 결정하고 정부에 이를 건의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문화부가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유물 반환이 결정됐습니다.

) 이번 결정이 있기까지 이집트 측의 압박이 아주 거셌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이집트의'고유물 최고위원회'가 전면에 나서서 프랑스를 압박했는데요, 위원회는 루브르 박물관 측이 이들 유물이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사들인 뒤, 유물을 돌려달라는 이집트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고유물 최고위원회'는 루브르 박물관과의 교류를 중단했습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남부에 있는 사카라에서 파라오 시대의 무덤 터 발굴 작업에 루브르 박물관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게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 책임을 맡았던 인사의 이집트 강연도 취소됐습니다.

) 여기에 대해서 프랑스는 어떤 식으로 대응했습니까?

답) 루브르 박물관은 문제의 유물들을 선의로 사들였지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유물을 구입한 과정도 투명한 절차를 따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문화부도 지난 해 11월 고고학자들이 문제의 유물들이 출토된 무덤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유물들이 적법하게 출토됐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프레데릭 미테랑 문화부 장관은 유물들이 이집트에 반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박물관위원회가 반환을 결정한다면 즉시 이를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 프랑스가 이번에 유물 반환을 결정한 이유는 뭡니까?

답) 이집트의 강경한 태도가 제일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집트 '고유물 최고위원회'가 루브르 박물관과의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반환 결정이 나온 사실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유물 5점을 포기하는 대신 이집트와의 교류를 유지하겠다는 뜻이겠죠. 프랑스 문화부가 스스로 유물 출토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한 사실도 이미 내부적으로 반환 결정을 내렸던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 이집트가 이번에 교류 중단이라는 강수를 써가면서까지 유물 반환에 집착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답)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최근 유네스코,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죠, 이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거에서 파루크 호스니 이집트 문화부 장관이 낙선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스니 장관이 이집트 도서관에서 이스라엘 책들이 발견되면 모두 불태워버리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진 뒤 프랑스 학계에서 호스니 장관을 겨냥해 낙선운동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집트의 고유물 최고위원회는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거와는 상관없이 그 전부터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해 세계 대형박물관들을 상대로 유물 반환을 추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 사실 세계 대형 박물관들이 소장품을 원래 출토된 나라로 돌려보내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때 약탈당한 유물들 대부분이 반환되지 않고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지의 대형 박물관에 계속 전시되고 있습니다. 현행 유네스코의 약탈 문화재 반환 규정은 1970년 이후에 거래된 약탈 문화재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의 경우 지난 2002년 현 자히 하와스 위원장이 '고유물 최고위원회'를 맡은 이래 세계 대형박물관들을 상대로 유물 반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이집트 박물관에 소장된 네페르티티 왕비 흉상,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로제타 스톤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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