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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산책] 한국 가요계, 걸 그룹 득세 vs. 보이 밴드 침체


(진행자)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가 산책’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 동안 ‘문화의 향기’로 매주 화요일에 부지영 기자를 만났는데, 이번 주부터는 금요일에 만나게 됐네요.

(기자) 네, 지난 5일부터 시행된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 따라서, 이전의 ‘문화의 향기’가 ‘문화가 산책’으로 새롭게 단장을 했습니다. 이전에는 미국 문화계 소식만 전해드렸는데요. 앞으로 ‘문화가 산책’에서는 세계 각국의 문화계 소식,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 또 한국 음악과 연속극 등 한류 소식도 전해 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진행자) 청취자 여러분께 이제 더욱 다채로운 소식을 전하게 됐는데요. 오늘 그 첫 시간, 어떤 소식을 갖고 나오셨나요?

(기자) 네, 오늘은 한국 가요계 소식을 전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요즘 한국 가요계는 여자 가수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도 혼자 노래를 부르는 솔로 가수들이 아니라, 너 다섯 명씩, 단체로 우르르 몰려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그룹이 대세입니다.

(진행자) 걸 그룹이라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상큼한 소녀들로 구성된 무리를 말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처럼 걸 그룹이 인기를 얻는 반면, 젊은 남자 가수들로 구성된 보이 밴드는 요즘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들로 침체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 ‘문화가 산책’ 첫 시간에는 걸 그룹의 득세와 보이 밴드의 침체, 한국 가요계의 이 상반된 현상을 살펴볼까 합니다.

(진행자) 함께 들어보죠.

윤아, 태연, 서현, 티파니 등 해군 복장 차림을 한 9명의 소녀들이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며 춤을 춥니다. 2년 전10대 여고생 그룹으로 첫 선을 보였던 소녀시댄데요. ‘소녀들이 평정할 시대’가 왔다는 뜻의 이름에 걸맞게 발표하는 노래마다 인기를 끌면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평정에 나섰습니다.

요즘 한국 가요계는 소녀시대를 비롯한 걸 그룹의 춘추전국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명 소시로 통하는 9인조 소녀시대 외에도 5인조 카라, 4인조 2NE1, 5인조 포미닛, 6인조 티아라, 그리고 브아걸로 불리는 4인조 소녀 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즈에 이르기까지, 소녀들만으로 구성된 그룹들이 가요계를 휩쓸고 있는데요. 이처럼 걸 그룹이 각광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임진모 씨//
“우선 걸 그룹의 노래가 굉장히 단순하다는 거, 난해하고 복잡하고 음악성을 전제한 그런 음악이 아니라, 일종의 가볍게 들리고, 편하게 소화하고, 금방 잊어버리는, 어떻게 보면 소비상품과 같은 음악들을, 소비자들, 음악 관계자들이 원하고 있습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가볍고 쉬운 음악을 대중이 원하고 있다며, 바로 그런 음악을 걸 그룹이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올해 초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소녀시대의 G-e-e, 하지만 지금 ‘Gee’를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미 다 충분히 즐겼고, 이제는 잊어버렸다는 건데요. 세상살이가 점점 더 바쁘고 복잡해지면서, 진지하고 심각한 노래는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하게 됐고요. 그 동안 음악성 있는 그룹이나 가수를 키웠던 기획사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걸 그룹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임진모 씨//
“옛날에는 H.O.T.나 S.E.S.같이 97년, 98년에 인기 있었던 아이돌 그룹들은 정말로 아이들한테만 사랑을 받았어요. 아이들한테만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은 전혀 판이 다릅니다. 2NE1이나 카라 라든가 소녀시대, 이런 걸 그룹에 대해서 어른들이 계속 언급을 한다는 거에요. 다시 말하면 어른들이 최근 들어서 걸 그룹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얘깁니다.”

귀에 쏙 들어오는 선율과 단순한 가사, 여기에 어여쁜 소녀들의 화려한 율동까지……. 이처럼 걸 그룹의 노래는 청각적인 만족감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면에서도 즐거움을 선사하는데요. 그 동안 미소년들로 구성된 보이 밴드들이 오빠 부대로 불리는 소녀 팬들을 몰고 다녔다면, 요즘 걸 그룹은 청소년 팬들 뿐만 아니라, 이른바 삼촌 팬, 아저씨 팬으로 불리는 중 장년층 남성들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임진모 씨//
“제가 이미 나이가 50이 넘었습니다만 50대인 사람들마저도 지금 앉아서 소녀시대 누가 예쁘냐, 이런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과거 같으면 사실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최근 들어서는 그런 양상이 보인다는 거…….”

이 같은 현상을 가리켜 일부에서는 어린 소녀에게 집착하는 로리타 증후군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동안 랩 음악이 한국 가요계를 주도하는 가운데, 기성 세대 남성들이 극심한 세대차이와 소외감을 느껴왔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걸 그룹의 노래와 춤은 기성 세대가 신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뒷전에 물러나있던 아저씨들을 전면으로 나서게 한 주역은 5인조 여성그룹 원더걸스인데요. 텔미와 노바디를 잇따라 시키며 한국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인기 최고의 그룹으로 떠오른 원더걸스는 올해 활동무대를 미국으로 옮기고 미국 시장을 넘보고 있습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소녀시대 등 다른 걸 그룹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임진모 씨//
“지금 한국에서 인기를 누리는 가수들은 바로 다른 나라에 가서, 심지어 이집트에서도 그렇게 인기를 누린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가수들이……그러니까 동남아,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쪽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건데요. 제 생각에 내년이면 많은 걸 그룹이 해외로 진출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처럼 걸 그룹이 승승장구를 하는 동안 동방신기, 빅뱅, 2PM 등 남자 가수들로 구성된 보이 밴드들은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들에 휘말리면서 침체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에 처음 등장한 5인조 남성 그룹 동방신기는 일본에서 여러 차례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아시아 순회공연에 나서면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할 만큼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데요. 최근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파기 소송을 제기하면서 해체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5인조 남성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은 표절 의혹을 받고 있고요. 13인조 남성 그룹 수퍼주니어의 강인은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7인조 남성 그룹 2PM은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재범과 태국인 단원 닉쿤 등이 포함된 다국적 그룹인데요. 한인 2세인 재범이 연습생 시절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이 어린 청년은 그룹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 사회가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임진모 씨//
“충분히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저는 오히려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시종일관 앨범을 보면 반미는 아니더라도 미국을 경고하는 노래를 정말 많이 부르거든요. 그런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미국이 뭐라고 합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한국 음악의 장래가 밝다고 보고 있는데요. 최근의 걸 그룹 현상처럼 한 가지가 유행하면 모두 우르르 따라 하는 고질적인 병폐만 사라진다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을 충분한 저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임진모 씨//
“가창력이 우수하고 감정표현이 너무 좋습니다. 심지어 댄싱 파워, 춤의 능력이라든가, 그 다음에 룩스죠. 외모가 너무 괜찮다는 거죠. 한국의 음악이 아시아를 리드하고, 전 세계 음악계를, 충격을 던질,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부지영 기자, 오늘 한국 음악계 소식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더 흥미로운 소식 부탁 드리면서, 오늘 ‘문화가 산책’은 여기서 마무리할까요?

(기자) 네, 다음 주 이 시간도 기대해 주시고요. 저는 이만 여기서 물러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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