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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국인투자법 채택 17년, 유치 실적 미미’


북한이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한 지 오늘 (5일)로 17년째를 맞았습니다. 북한은 당초 이 법을 통해 외국인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기를 기대했지만,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외국인들이 북한에 투자한 금액은 상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1992년 10월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외국인투자법’을 채택했습니다. 앞서 1984년에 북한 최초의

외국인투자법인 ‘합영법’을 제정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외국인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찬 조치였습니다.

북한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등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 대학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스테판 해가드 교수는 외국인 직접투자야 말로 북한의 미래라고 강조합니다.

북한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해가드 교수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해 자본 뿐 아니라 기술 이전과 교육훈련, 상품 판로 개척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투자법을 채택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이 유치한 외국인 투자자금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 UNCTAD 집계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06년 말 사이에 북한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15억 6천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경제전문가 딕 낸토 연구원은 북한의 외국인 투자 유치가 부진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북한 상황의 불확실성을 꼽았습니다.

북한에서 외국인 투자가 어떤 대우를 받을지 매우 불확실 하다는 것입니다. 낸토 연구원은 올해 재계약 문제로 논란이 빚어졌던 개성공단을 예로 들면서, 이처럼 이미 맺어진 계약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그 만큼 투자에 따른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낸토 연구원은 북한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무역상의 최혜국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북한산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북한에 직접 투자하는 기업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중국과 한국을 제외하면 북한에 직접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유럽의 일부 기업들과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 등에 불과하다고 낸토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상황은 비슷한 시기에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한 베트남과 크게 대비됩니다. 지난 1986년에 ‘도이 모이’로 불리는 개혁개방 정책에 착수한 베트남은 1987년에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한 이후 외자 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말 현재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총 26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의 16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중국과 한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반면, 베트남은 미국과 일본, 한국, 타이완,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낸토 연구원은 베트남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반면, 북한은 법률만 만들었을 뿐 외국인들이 쉽게 북한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치들을 거의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북한보다 베트남에 투자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해가드 교수도 베트남이 북한보다 훨씬 더 외국인 투자에 개방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누구도 북한을 믿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개성공단의 임금과 토지이용료를 둘러싼 논란, 미사일 문제와 핵 문제 등을 일으킨 북한을 어떻게 믿고 투자할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해가드 교수는 투자자들은 법률이나 정책만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권의 의도를 더 중시한다면서, 현재 투자자들은 북한이 적극적인 개혁을 추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낸토 연구원도 북한이 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낸토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낸토 연구원은 북한 정부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야만 그 같은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외국인 투자를 정권에 대한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고, 낸토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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