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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전문가, ‘북한 올해 옥수수 작황, 지난해 절반 그칠 것’


북한의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지난 해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북한주민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의 농업전문가가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세계식량계획, WFP의 대북 지원 요청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주요 곡물인 옥수수의 올해 수확량이 평년보다 1백만t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제옥수수재단 김순권 이사장이 22일 전했습니다.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평양 미림구역과 평안북도 묘향산 등을 다녀온 뒤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김 이사장은 "전체 옥수수 재배 면적 가운데 3분의 1 가량 작황 상태를 확인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며 "비료 부족과 가뭄, 습해 등이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이 수확 직전인데 옥수수가 잘 달려있어야 하는데 알맹이가 잘 안 달려 있어요. 금년엔 비료도 안주고, 옥수수 꽃 피는 시기에 가뭄이 와서 종자맺힘이 나쁜데다 나중에는 비가 많이 와서 전반적으로 작황이 제가 12년 동안 본 중에 제일 못할 겁니다."

농업전문가인 김 이사장은 "보통 한해 옥수수 수확량이 2백50만t인데 올해는 절반도 안될 것"이라며 "지난 12년 간 북한을 방문해왔지만 올해 옥수수 농사가 가장 나쁜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비료 부족으로 올해 쌀 작황도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주민의 70%가 주식으로 삼고 있는 옥수수 작황마저 부진할 경우 내년 식량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벼도 작년보다 못해요. 동쪽엔 냉해가 심각했던 것 같고, 쌀도 비료 부족이 주 원인일 겁니다. 원래 2백50만t 옥수수가 풍작일 때 나올 텐데 금년에는 그 반으로 보면 될 겁니다. 1백만t 조금 넘거나 1백50만t도 안될 겁니다. 북한 인민들이 옥수수 없어서, 굶고 죽고 난리죠. 완전히 옥수수 때문에 그런 거죠."

김 이사장은 특히 "대북 옥수수 원조국가인 중국도 올해 작황이 평년의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여 대북 지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식량계획, WFP는 최근 한국 정부에 대북 지원 사업에 동참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로마에 본부를 둔 WFP의 서한을 이탈리아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22일 정식으로 접수했다"며 "북한 영유아와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프로그램에 7백50만 달러 상당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WFP가 북한 내 영유아 등 취약계층을 위해 설립한 영양 과자와 곡물가루 등 식량 생산공장에 대한 사업비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지원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WFP는 최근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이 펴낸 학술지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북한 여성과 5살 미만 아이들의 3분의 1이 영양실조와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 백만 명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당국 차원의 대북 쌀 차관 제공과는 별개로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WFP를 통해 매년 옥수수 10만t가량을 북한에 지원해왔습니다.

2007년에도 WFP를 통해 2천만 달러 상당의 콩과 옥수수를 북한에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당국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이 전혀 없었던 지난 해의 경우 북한 식량 사정이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 등에 따라 지원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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