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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네건 전 한국과장, ‘미-한, 대북 확장억지 논의해야’


미국 국방부가 내년 초 발표할 예정인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 (QDR)’에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에 따른 대비책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피네건 전 미 국방부 한국과장은 북한의 정권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네건 전 한국과장은 또 미국과 한국이 대북 확장억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시 전 행정부에서 국방부 미-한 군사동맹 업무의 실무책임자였던 피네건 전 한국과장은 현재 워싱턴의 민간기관인 아시아정책연구소 (NBR)의 선임연구원으로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피네건 전 한국과장을 인터뷰했습니다.

문) 미국 국방부가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문제가 국방부 안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는 겁니까?

답) 그동안 미 국방부는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여겨왔습니다. 특히 북한 경제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군사계획 담당자들 사이에서 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습니다. 경제 문제 이외에도 인도주의적 재난에 이어 기근이 나타나는 상황도 북한 정권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지난 해 가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설이 불거져 나왔는데요, 북한의 후계구도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북한의 체제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문) 미국은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상한 작전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이 다뤄진다는 얘기는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변하고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할까요?

답)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한 군사동맹의 기본 목적은 여전히 북한의 공격을 격퇴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두 나라 군사당국이 작전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죠. 다만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논의는 이와 비슷한 수준의 계획과 노력을 통해 북한의 정권불안정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사실 북한의 정권 불안정이 가능성 면에서 더 높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정부는 북한의 정권붕괴가 미-한 군사동맹에 던지는 의미를 따져보고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문) 그런데 한국의 노무현 정부 시절 미국과 한국이 이 문제를 놓고 입장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까? 현재 두 나라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답) 한국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서 북한의 정권 불안정 문제가 간과됐습니다. 북한의 정권 불안정에 대한 미-한 동맹의 대응계획은 정권 불안정 자체를 야기하기 위한 계획으로 인식됐습니다. 특히 2005년과 2006년에 이 사안이 심각한 정치 문제로 비화되면서 이런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고비를 넘긴 것 같습니다. 미 국방부 뿐아니라 한국도 북한의 정권 불안정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가져올 중대한 결과를 양측이 공동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문) 미군이 오는2012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 측에 넘겨주기로 돼 있지 않습니까? 작전권 이양과 북한의 정권붕괴에 대한 대비책은 어떻게 맞물려 있습니까?

답) 두 사안이 긴밀히 연계돼 있지는 않지만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군사작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한국 군의 주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군사력을 한국 군이 압도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것은 한국 군이 작전을 주도하고 미군은 지원역할을 한다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의 개념과 맞습니다.

문) 만일 북한의 정권붕괴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국방부의 가장 큰 우려사항은 뭡니까?

답) 미 국방부의 최대 우려사안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북한이 미사일이나 지상군 병력을 이용해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입니다. 북한의 불안정이 군사행동을 통해 한국으로 파급되는 것이죠. 또 다른 우려사안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통제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돼 실제로 한국을 겨냥해 사용되거나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입니다.

문)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서 북한 핵이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데요, 미 국방부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에서 북한과의 핵 충돌 가능성도 검토될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답) 북한과의 핵 충돌이 일어난다는 건 대북 확장억지가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확장억지는 미군이 한국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상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이미 지난 1978년 이후 미-한 군사동맹의 일부였습니다. 대북 핵무기 사용은 누구도 첫 번째 선택방안으로 삼고 싶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미-한 군사동맹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합니다. 확장억지가 구체적으로 무얼 의미하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실제로 행사될 것인지 미국과 한국 두 나라가 더 깊은 논의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지에 대해 한국인들이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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