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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9.11 테러 8주기 미국 내 무슬림들의 형편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문) 지난 9월 11일은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8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을 맞아서, 당시 테러 공격을 당했던 뉴욕 시와 워싱턴 디씨에서는 추모 행사가 열렸는데요? 추모행사에서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과 8년 전 9월 11일에 보여줬던 그들의 용기와 헌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날 추모행사 장면을 보니까요, 사람들의 눈물을 자극하던 장면도 있더군요?

(답) 네, 이날 행사에서는 자원봉사자들과 뉴욕 쌍둥이 빌딩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유가족들이 쌍을 이뤄서, 사망자 2천 754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 부르는 모습이 참, 슬프게 보이더군요.

(문) 이 9.11 테러 사건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역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유가족이겠지요? 그런데, 이 유가족들뿐만이 아니라, 테러 때문에 한동안 곤욕을 치른 사람들이 있죠?

(답) 그렇습니다. 바로 회교, 즉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을 일컫는 무슬림들, 특히 미국 안에 사는 무슬림들이죠.

(문) 아시다시피 9.11 테러를 일으킨 사람들은 아랍 나라들에서 온 무슬림들입니다. 그래서 9.11 테러가 나고 많은 양심적인 미국인들은 혹시 미국인들이 미국 내 무슬림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죠?

(답) 네, 당시 이런 우려를 고려해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대부분의 선량한 무슬림과 테러를 일삼는 몇몇 무슬림을 구분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었죠? 물론, 당시 테러가 나고 몇몇 지역에서 아랍인들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아랍인들에게 적개심을 표현하는 일들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당초 걱정한만큼 폭력사태가 많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문) 미국인들,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난 사건을 겪고도, 이런 차분한 반응을 하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사람들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이런 성향은 무슬림들에게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런데 최근에 나온 한 여론조사를 보니까요, 무슬림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테러가 났던 2001년보다 오히려 현재, 더 나빠졌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답) 네, 이곳 워싱턴 디씨에 있는 민간 연구조사 기관이죠? 퓨 포럼이 이와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퓨 포럼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까요, 무슬림이 폭력을 옹호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9.11 테러가 난 다음 해인 2002년 3월에는 25%였는데요,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2003년 3월에는 44%로 늘었고요, 현재는 이 비율이 40%대를 기록했고요, 무슬림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미국인들의 비율은 아주 작다고 합니다. 9.11 테러가 난 직후 미국인들이 무슬림들에게 보여줬던 관용심이 현재는 많이 사라진 상태죠.

(문) 무슬림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나빠진 와중에, 특히나 직장 생활을 하는 신실한 무슬림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하죠?

(답) 그렇습니다. 특히나 무슬림들 중에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 남성들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문)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이 무슬림임을 나타내는 복장을 하는 경우가 많죠? 가령 히잡이라고 해서 머리에 수건같은 것을 두르기도 하고요, 무슬림임을 나타내는 옷을 입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죠?

(답)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된 몇몇 예를 들어 볼가요? 필라델피아 경찰국은 무슬림 출신 여자 경관들이 히잡 쓰는 것을 허용했는데요, 법원에서 이런 결정을 뒤집은 바 있죠? 또 어느 나라든지 운전면허증을 만들 때, 면허증에 들어갈 사진을 찍게 되는데요, 그동안 무슬림 출신 여성들은 히잡을 쓰고 면허증 사진을 찍었는데, 오클라호마 주와 미네소타 주의회가 운전면허증 사진을 찍을 때, 히잡쓰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문) 머리에 히잡을 쓰면 사진을 찍을 때, 얼굴이 다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죠?

(답) 그렇습니다. 그리고 오레건 주 의회는 공립학교 선생님이 자신의 종교를 나타내는 옷을 금지하는법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기독교인들도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나타내는 복장을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법은 대개 무슬림들이 영향을 받는 법입니다.

(문) 재밌는 사실은 원래 이 법은 지난 1920년대 악명높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집단인 KKK단이 고안해낸 법이라고 하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 법은 당시 카톨릭을 차별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하던데요, 카톨릭계를 겨냥한 법이 21세기로 넘어 와선 무슬림을 겨냥한 법이 된거죠.

(문) 그래도 미국에 사는 무슬림들은 유럽에 사는 무슬림들보다 형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답) 물론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죠? 프랑스는 이미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이 히잡을 쓰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지했습니다. 또 부르카라고 해서요, 몇몇 이슬람 여성들은 외출할 때 전신을 가리는 옷을 입기도 하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이 부르카를 입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답니다. 또 이번 여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있는 몇몇 수영장에서는, 부르키스라는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수영복을 착용한 사람의 수영장 출입을 막아서 논란이 된 적이 있지요.

(문) 프랑스는 이슬람 인구가 굉장히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전국적으로 공립 학교에서 히잡 쓰는 것을 금지했다니 상당히 놀랍군요? 히잡을 쓰는 것 같은 무슬림 문화가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개인적으로 무슬림을 아는 미국인들이 점점 늘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퓨 센터 조사를 보니까, 미국민들의 약 절반 가량이 주변에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을 알고 있다고 답했답니다. 특히나 나이가 30살 이하인 사람의 52%가 아는 무슬림이 있다고 대답했답니다. 이런 비율은 미래에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나 앞으로 젊은 미국인들 사이에 이 이슬람교와 무슬림에 대해 아는 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아는 무슬림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무슬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 경향은 미국 내 무슬림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에서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또 미국 정부는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을 쓸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법정 소송을 불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죠? 유럽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무슬림들이 앞으로 어깨를 확 펴고 살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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