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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낙서를 예술로’ 뉴욕 지하철 그래피티 사진집 개정판 발간


(진행자) 이번에는 미국 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부지영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소식입니까?

(기자) 요즘 북한에서 아리랑 축전이 열리고 있잖아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들이 석방된 이후, 미북 관계, 또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내 한인들 중에서도 북한 방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진행자) 실제로 아리랑 축전을 관람하기 위해 한인들로 구성된 관광단이 이달 중 북한으로 떠난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네. 아리랑 축전을 관람하고 고려박물관과 평양지하철 등 북한의 유적지와 기념물들을 둘러본다고 하는데요. 북한에 다녀온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평양지하철이 꽤 인상적이라고 하죠? 매우 빠르고 깨끗하다고 합니다.

(진행자) 저도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데요. 워싱턴 지하철도 예전에는 참 깨끗했었는데, 요즘에는 좀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워낙 이용객이 많고 오래 돼서 말이죠. 그래도 뉴욕 보다는 나은 거죠? 한 때 뉴욕 지하철은 더럽고 위험하기로 악명 높았잖아요? 그래피티(graffiti), 낙서가 많기로도 유명했고요.

(기자) 그렇죠. 벽이나 기차, 다리 등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놓은 것을 그래피티라고 하죠. 연필이나 펜으로 조금 끄적거린 정도가 아니라 가스 분사식 페인트 분무기를 이용해서 멀리서도 볼 수 있게 큼직 큼직하게 이름이나 그림을 그려놓은 걸 그래피티라고 합니다.

(진행자)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그래피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예술 작품으로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피티, 즉 낙서가 일종의 예술로 인정받게 된 데는 미국 사진작가 헨리 챌펀트 (Henry Chalfant) 씨와 마사 쿠퍼 (Martha Cooper) 씨의 공이 큰데요. 두 사람은 1970년대 뉴욕 지하철의 그래피티, 즉 낙서를 찍은 사진들을 모아, ‘지하철 예술 (Subway Art)’이란 제목으로 사진집을 냈는데요. 최근 사진집 발간 25주년을 기념해 개정판을 냈습니다. 오늘은 이 사진집에 얽힌 얘기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행자) 함께 들어볼까요?

지하철 여러 칸을 모두 뒤덮은 색색의 페인트...... 한쪽 벽에 큼지막하게 써있는 누군가의 이름…… 사진 작가 헨리 챌펀트 씨는 1970년대 뉴욕 지하철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들 낙서를 보고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챌펀트 씨//
“누군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림을 그려놓았다는 점에서 신비스럽게 느껴졌고요. 마음이 끌렸습니다.”

또 다른 사진 작가 마사 쿠퍼 씨 역시 뉴욕 지하철에 그려진 대형 낙서에 흥미를 느꼈는데요. 두 사람은 경찰에 체포될 위험을 무릅쓰고, 이른 새벽에 몰래 전철역에 숨어 들어가서 전차와 역사 벽에 그려진 낙서를 촬영했습니다. 두 사람이 몸에 상처를 입어가며 역사 지붕 위에 올라가 촬영한 사진들은 1984년 ‘지하철 예술’이란 제목의 작품집에 담겨 세상에 선을 보였는데요. 이 작품집은 무려 5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등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챌펀트 씨//
“제 작품은 전차를 찍은 것인데요. 주변 배경을 빼고 가까이서 전차만 밀착 촬영한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반면에 쿠퍼 씨는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찍었죠. 또 전철역에 들어와 몰래 낙서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담고 있습니다.”

챌펀트 씨와 쿠퍼 씨에겐 낙서가 일종의 예술이었지만 뉴욕 시 교통당국에겐 골칫거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공공기물 표면이나 외관을 더럽히는 행위는 범법행위에 해당되는데요. 당국은 그래피티, 즉 낙서를 발견하는 즉시 이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당시 15살이었던 스티브 오그번 씨는 낙서를 하는 동안 경찰의 눈에 띌까 봐 무척 조심했다고 합니다.

//오그번 씨//
“15살 소년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새벽 2, 3시에 몰래 전철역에 들어가 전차와 역사 벽에다 그림을 그리는 거에요.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마구 솟구치면서 몹시 흥분되고 신이 나죠. 하지만 혹시 경찰에 잡힐 까봐 겁도 나구요. 경찰에 잡히면 혼이 날 테고, 부모님이 불려오고 야단일 테니까요.”

그런 이유로 당시 아이들은 사진을 찍는 헨리 챌펀트 씨를 처음에는 무척 경계했습니다.

//챌펀트 씨//
“내 나이가 아이들의 두 배쯤 되니까 경찰일 거라고 의심한 거죠. 아이들을 잡으려고 증거 사진을 찍고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챌펀트 씨를 신뢰하게 됐고요. 챌펀트 씨가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했습니다.

//챌펀트 씨//
“서로 협력하기 시작한 거죠. 조금 전에 어디 어디에다 새로 그림을 그려놓았다, 저한테 알려주곤 했어요. 그러면 아무래도 제가 찾기가 쉽죠. 그림이 지워지기 전에 재빨리 사진을 찍을 수 있고요. 그래피티, 낙서는 오래 남아있지 않아요. 시 당국에서 발견하는 즉시 지우곤 했기 때문에 이틀도 못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작품이 조금이라도 온전한 상태에 있을 때, 빨리 나가서 찍어야 했어요.”

헨리 챌펀트 씨와 마사 쿠퍼 씨는 수없이 많은 그래피티를 카메라에 담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1979년에 당시 15살 소년이었던 스티브 오그번 씨의 작품입니다. B-L-A-D-E, 오그번의 별명인 블레이드의 철자가 전차 한 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데요. 글자들이 마치 금방이라도 벽에서 튀어나올 듯 합니다.

//오그번 씨//
“글자들이 마치 앞뒤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죠. 색도 현란한 무지개 색이고요. 1970년대에 전철역에 가서 낙서를 할 때는 정말 모든 게 신났어요. 그냥 재미있게 노는 거였죠.”

하지만 1989년에 이르면서 뉴욕 시 지하철에서는 더 이상 그래피티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뉴욕 시 교통당국이 새로 전차를 구입하면서 낙서를 쉽게 지울 수 있는 새로운 재료로 칠을 했기 때문인데요. 또한 청소년들이 몰래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로와 역사 주변의 경계도 강화했습니다. 어린 낙서장이들은 결국 놀이터를 잃게 됐는데요. 당시 지하철에 낙서를 하던 아이들 가운데 예술가로 성장한 사람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챌펀트 씨//
“작품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전시될 정도로 인정 받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등 미술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잡지를 창간해서 발행인이 된 사람도 있고, 또 영화제작자가 된 사람도 있는 걸로 압니다.”

블레이드란 별명으로 불렸던 스티브 오그번 씨 역시 예술가로 성공했는데요. 예전에 지하철에 남겼던 그림들과 마찬가지로 과감하고 색다른 분위기의 오그번 씨 작품은 미술품 시장에서 수천 달러를 호가하고 있습니다.

//오그번 씨//
“지금도 여전히 낙서 예술을 하는데요. 기차나 벽에 그리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화폭에 담는다는 게 다르죠.”

오그번 씨는 ‘지하철 예술’ 25주년 개정판이 나온 데 대해 반가움을 표시했는데요. 1970년대 뉴욕 지하철을 기억하는 어른들에겐 과거에 대한 향수를 안겨주고, 새로 성장하는 젊은이들에겐 창의성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낙서가 많았을 당시에는 이런 낙서를 지우느라 상당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이를 또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들도 있었군요. 부지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새 영화 소개 순서입니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킬 빌’ 등 잔혹하고 파격적인 영화로 유명한 쿠웬틴 타란티노 감독의 새 영화가 나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인기 배우 브래드 피트 씨가 주연을 맡았는데요. 영화 제목은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 (Inglourious Basterds)’, ‘불명예스러운 녀석들’이란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바스터즈: 거친녀석들’이란 제목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바스터즈’, 과연 어떤 영화인지, 김현진 기자, 소개 부탁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 군에 점령당한 프랑스…… 알도 레인 중위가 이끄는 특공대원들이 민간인으로 가장해 침투합니다. 유태계 미국인 병사들로 구성된 이들 특공대원들의 임무는 오직 하나, 나치군인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것입니다.

레인 중위는 독일 군인들에게 잔인하게 대하란 명령을 내립니다. 유태인들이 당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란 건데요. 대원 한 사람당 최소한 나치 군인 1백 명을 없애야 한다고 지시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1978년에 나왔던 이탈리아 전쟁 영화에서 영화 제목을 따왔는데요. 일부러 영화 제목의 철자를 틀리게 썼습니다.

새 영화 ‘바스터즈’는 일종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스파게티 웨스턴’이란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이탈리아 배우들을 기용해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촬영한 뒤, 영어로 다시 녹음한 서부영화를 의미합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주인공인 레인 중위의 이름을 1950년대 전쟁영화 주인공 알도 레이에서 따오는 등, 영화의 여러 요소를 앞서 나온 전쟁 영화에서 빌렸습니다.

영화 ‘바스터즈’의 상영시간은 2시간 반에 달하는데요. 영화가 길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해답은 관객들에게 맡기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는데요. 예를 들어 주인공 레인 중위 목에는 커다란 상처가 있는데, 레인 중위가 어떻게 목의 상처를 얻게 됐는지 영화에는 전혀 설명이 나오지 않습니다. 관객들이 스스로 그 해답을 찾길 바란다는 겁니다.

레인 중위 역의 브래드 피트 씨는 ‘바스터즈’는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한 영화라며, 그런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피트 씨는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일을 했다며, ‘바스터즈’가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조연들이 주연 배우나 영화의 중심 줄거리를 보조하는 입장이 아니라, 모두들 뭔가 각자의 얘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태계 미국인 특공대원들을 쫓는 독일 비밀경찰 한스 란다 대령 역은 크리스토프 월츠 씨가 맡았는데요. 오스트리아 빈 출신인 월츠 씨는 올해 칸느 영화제에서 란다 대령 역으로 최고 남자배우상을 수상했습니다.

월츠 씨는 도덕적 잣대나 개인적인 의견을 제쳐두고 연기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밝혔는데요. 스스로의 한계와 능력을 시험하는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더 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영화 ‘바스터즈’는 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 독일 배우 다이안 크루거, 아일랜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미국 배우 비제이 노박 등 여러 나라 배우들이 출연했고요. 영화 촬영은 독일과 프랑스에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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