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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법원, 탈북자 도운 중국인 2명에 중형 선고


중국 법원이 최근 탈북자들의 한국 행을 돕는 등 인도주의 구호 활동을 한 중국인 2명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미국의 기독교 비정부기구인 중국구호협회 (ChinaAid Association) 는 이에 대해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유엔과 관련국들의 개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주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50대 중반의 중국인 남성 장용후 씨는 지난 3월 24일 한국 행을 원하는 탈북자 6명을 중국 국경지역에서 몽골로 넘기던 중 중국 공안에 붙잡혔습니다.

공안에 끌려가 한쪽 눈이 실명될 정도의 극심한 고문을 견디다 못한 장 씨는 함께 활동했던 조선족 여성 리밍셴 씨에 대해 얘기했고, 이에 따라 한 달 여 뒤인 4월 29일, 리 씨도 체포됐습니다.

중국 법원은 지난 8월 30일 재판을 통해 장 씨에게 징역 7년 형에 2만 위안의 벌금형, 리 씨에게는 징역 10년 형에 3만 위안의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산둥성 청도 시에 거주하던 장 씨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던 조선족 리 씨도 기독교인으로 남편과 함께 아들과 딸을 두고 있습니다. 리 씨는 특히 한국말에 능통해 탈북자들을 돕는 데 유리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과 함께 중국 내 탈북자들의 한국 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주된 역할을 해왔던 한국인 목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목사: “그들을 일정한 장소에 숨겨줬다가 좋은 기회 봐서 국경을 통해서 탈출을 도와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같이 힘을 합쳐서 하시던 두 분이 이렇게 잡혀가서 제가 너무 힘들어서 지금 교회에서 자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중국 각지를 다니며 선교 활동을 해왔던 이 목사는,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이들과 서로 뜻이 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록 자신들도 넉넉하지 못하지만 형편이 닿는 데로 탈북자들을 도왔습니다.

이 목사는 과거에도 자신의 도움으로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이 탈북자들을 몽골 국경으로 넘기다 중국 공안에 적발된 적이 꽤 있었지만 대부분 돈을 주면 풀어줬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고 합니다.

목사: “한국 돈으로 한 4천 2백만원 정도 돼요. 중국 돈으로 한 21만 위안 되는데, 그 걸 줬는데도 이렇게 큰 형이 언도가 돼서 저도 지금 낙심하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아무런 정치적 목적 없이 어려운 탈북자들을 돕는 자국민을 가혹하게 처벌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목사: “중국에서 이 것을 불법이라고 한다니까 저는 중국 정부가 아주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남부 텍사스 주에 본부를 둔 기독교 민간단체인 중국구호 협회의 밥 푸 회장은 리 씨의 아들을 통해 이번 사건을 알게 됐다며, 중국 법원의 가혹한 판결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푸 회장은 장 씨와 리 씨는 돈을 벌기 위해 탈북자들을 도운 것이 아니라 순전히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도운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이들에게 부당한 처벌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번 판결에 대해 중국 내 인권 변호사들을 통해 항소할 계획이며,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에게 이들의 무죄를 증언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푸 회장은 밝혔습니다.

푸 회장은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를 통해 중국 정부가 장 씨와 리 씨를 석방하도록 압박을 가할 계획이며, 베이징의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 (UNHCR)에도 개입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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