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우라늄 농축’ 편지 초조함 반영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편지와 관련, 최근 미국과 한국 등에 일련의 유화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도 자신들을 겨냥한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한 초조함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이번에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북한이 최근 보여 온 일련의 `평화공세’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이번 편지를 폐연료봉 재처리와 추출된 플루토늄의 무기화 방침, 그리고 우라늄 농축 작업의 착수를 밝혔던 지난 6월13일 외무성 성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추가적 도발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따라 관련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데 무게를 두는 한편 대북 제재는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4일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에 부응해 모든 핵 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를 이뤄나가도록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 확보 여부가 논란이 돼 온 탓에 이번에 북한이 공식 서한을 통해 농축이 마무리 단계라고 밝힌 데 대한 사실 확인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군 당국은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일단 북한에서 주장했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봐야겠지만 아마 사실 확인이 쉽진 않을 겁니다, 정보 당국이 관련해서 사실 여부 확인 작업을 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 정보 당국은 이와 관련해 지난 6월13일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한다는 북한 외무성 발표 이후 우라늄 농축 시설로 의심되는 영변과 평북 천마산 등 여러 곳을 정밀 감시해왔지만 북측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 6월30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우라늄 농축은 1백80~3백평의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고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달리 은폐하기 쉽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내 일부 북 핵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기본 기술을 획득했으며, 현재 우라늄 농축 생산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우라늄탄까지 개발한 단계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편지가 최근 북측이 미국과 한국에 보여 준 일련의 평화공세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차두현 박사입니다.

“약간의 초조함이 알게 모르게 묻어나고 있다고 봐야 할 거예요. 그러니까 클린턴 방북 이후 여기자들을 석방했고 남북대화도 지금 재개되는 제스처를 보였는데도 어쨌든 제재는 제재대로 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야겠다는 생각을 북한이 분명히 갖고 있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편지가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대결보다는 협상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띠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 편지에서 “공화국의 자주권과 평화적 발전권을 난폭하게 유린하는 데 이용된 6자회담 구도를 반대한 것이지 조선반도 비핵화와 세계의 비핵화 그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대목은 이전 외무성 성명에 비해 다소 누그러진 어조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지난 4월 외무성 성명에선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어 6월 외무성 성명에선 “이제 와서 핵 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이 됐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이번 편지에서 검증이 어려운 우라늄 농축 작업의 마무리를 공식화한 것은 핵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지만 종국적인 목표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실질적인 그런 능력을 북한이 갖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협상에 빨리 나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측면으로 북한이 활용하고 있다고 이렇게 봐야 될 겁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이번 편지에서 “안보리가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하겠다면 핵 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하겠다”고 밝힌 대목으로 미뤄 핵 억제력 강화를 지렛대 삼아 앞으로 미국과의 회담을 핵 군축회담으로 이끌어 가려는 전략을 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