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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기자 북한 억류 정황 둘러싸고 논란


북한에 140일 간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들이 최근 밝힌 체포 경위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지원한 핵심 관계자와 중국 당국은 두 기자의 설명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문) 조 기자.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 ‘커런트 TV’ 소속 로라 링과 유나 리 기자가 한달 여의 침묵을 깨고 최근 자신들이 체포된 경위를 밝혔지 않았습니까. 중국 영토에서 북한 군 병사들에게 끌려갔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죠?

답) 그렇습니다. 두 기자는 지난 1일 ‘커런트 TV’ 웹사이트에 게재한 장문의 글에서 조선족 안내인을 따라 두만강을 건너 북한 영토에 들어갔지만 이내 불안한 마음이 들어 중국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고 밝혔습니다. 자신들이 북한 영토에 머문 시간은 단 1분이었으며, 두만강 가운데서 북한 군 병사들에게 끌려갈 때는 중국 영토에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들은 특히 북한 군 병사들이 중국 영토로 쫓아와 폭력적으로 자신들을 끌고 갔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런데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다른 입장을 밝혔지요.

답) 그렇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장위 대변인은 어제 (3일) 정례브리핑에서 두 여기자의 주장에 대해 묻는 질문에 `관계 부처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두 기자가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장위 대변인은 그러나 당시 상황이 정확히 어땠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문) 앞서 북한 당국도 여기자 체포 경위를 밝힌 적이 있지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은 억류하고 있던 두 여기자에게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며칠 뒤인 6월 17일, 이들의 체포 경위를 ‘노동신문’에 자세히 실었습니다. 노동신문은 로라 링과 유나 리 두 기자가 두만강을 건너 북한 영토에 속한 강둑, 즉 ‘대안’에 올라섰다고 밝혔습니다.

문) 여기까지는 두 여기자들의 주장과 일치하는군요?

답) 네, 다만 노동신문은 두 여기자가 강둑 위에서 녹화촬영기로 주변을 촬영하면서, “우리는 방금 허가 없이 북조선 경내에 들어왔습니다”라는 해설을 녹음하고 “침입 기념으로 땅바닥에서 돌멩이를 하나 주어 넣기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땅에 단 1분 간 머물렀다가 불안해서 돌아갔다는 여기자들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대목입니다. 만일 북한 군 병사들이 두 여기자를 중국 땅으로 넘어와 체포했다면 이는 북-중 양측에 외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인데요, 현재로서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문)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여기자들이 왜 북한 군에 연행될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인데요. 두 사람은 당시 취재와 관련해 한국의 대북 인권단체인 두리하나 선교회 천기원 목사에게서 조언을 들었다죠?

답) 예. 그런데 여기자들은 최근 발표한 글에서 천 목사가 자신들에게 “그 강으로 가지 말라는 경고를 한 적이 없고, 사실 자신들의 계획을 잘 알고 있었으며, 자신들과 계속해서 연락을 취했는데, 가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이에 대해서 천 목사는 어떤 입장입니까 ?

답) 천 목사는 어제 (3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에서 사전 준비모임을 가질 때 분명히 경고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천 목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안내원이 돈을 더 받기 위해서 혹시라도 무리한 쪽으로 안내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안내하는 사람에게도 내가 얘기했고 본인들한테도 여기 조선일보 기자들 있을 때도 분명히 얘기를 했거든요.”

문) 여기자들은 국경 지대에서 벌어지는 탈북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를 취재하고 싶다며 천 목사와 상담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천 목사는 인신매매 취재 같은 경우는 8개월에서 1년여 정도 시간을 들여야 한다면서 두 여기자의 경우 일주일 정도 머무를 계획이면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취재를 진행할 것을 권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천 목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단둥으로 가면 유람선 타고 국경 근처에 가서 북한 방면을 북한 경비병들을 다 찍을 수 있다. 그렇게 스케줄을 잡았고 그 쪽에 가기로 한 거지요. 그런데 연길 쪽에 준비했던 모든 취재 끝나고 나한테는 이제 단둥으로 가서 촬영하겠다…”

여기자들은 단둥으로 가겠다는 천 목사와의 전화통화를 끝으로 몇 시간 뒤 북한 군 병사들에게 체포됐습니다. 이에 대해 천 목사는 기자들이 특종 욕심에 자신에게 정확한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국경 취재를 허가하지 않고 있지만 많은 기자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이 곳을 찾지 않았습니까? 항상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현지에서 활동하는 운동가들과 기자들이 지키는 암묵적인 수칙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답) 네. 미국의 전문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톰 오닐 기자는 지난 2월 북-중 국경지역에서 탈북자들을 취재했었는데요. 최근 미국의 공영방송인 `NPR’과의 인터뷰에서, 국경지대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오닐 기자는 “중국 당국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모두를 알고 있으며 따라서 취재 시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있다”며 “두 여기자가 강을 건너 국경을 넘은 순간 모든 수칙을 어기게 (made all rules off)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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