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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불타는 캘리포니아 주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이제 9월로 접어 들면서 이곳 미국의 소리 방송이 위치한 워싱턴 디씨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곧 미국 내 다른 곳에서도 이런 선선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텐데요, 이와는 반대로 미국 안에서 뜨거운 열기 때문에 고생하는 지역이 있죠?

(답) 그렇습니다. 글자 그대로 불타고 있다는 표현을 할 수 있겠는데요, 바로 요즘 산불이 크게 난 캘리포니아 주입니다.

(문) 현재 산불은 캘리포니아 주 내 8곳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특히 로스앤젤레스 시 북쪽에 있는 앤젤레스 국유림에서 발생한 산불이 심각하다죠?

(답) 그렇습니다. 최근 엘에이 시를 찍은 사진을 보니까요, 도심지 마천루 뒤에 위치한 산쪽에서 엄청나게 큰 연기가 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화재 규모가 크다는 얘길텐데요, 지난 달31일까지 이 산불은 임야 3억 4천만 평방미터와 집 21채를 태웠습니다. 또 주민 약 6천명이 대피 명령을 받았고요, 소방관 2명이 사망하고 적어도 7명이 다치는 인명피해도 발생했습니다.

(문)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이 됐는데, 캘리포니아 주의 슈와제네거 주지사, 비상상태를 선포했죠?

(답) 네, 슈와제네거 주지사, 산불이 캘리포니아 북쪽에서부터 남쪽까지, 그야말로 캘리포니아 주 전역에서 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 투입돼 산불 진압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데요. 또한 화재 현장에서는 건물 소유주들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이리저리 뛰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문) 불꽃이 너무 뜨거워서 다가갈 수가 없었다. 바람이 너무 세고, 열기가 뜨거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그런 말이군요? 그런데 산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인 것 같죠?

(답) 네, 불이 산을 태울 때, 화재현장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고 합니다. 지난 2월에 호주에 큰 산불이 났었는데요, 한 연구결과를 보니까, 이 호주 산불 현장에서 나온 에너지가 일본 히로시마에서 터졌던 원자폭탄이 방출했던 에너지보다 1500배나 많았다고 합니다.

(문) 원폭이 배출한 것보다 1,500배나 많은 에너지나 나왔다면,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 수가 있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대략 1천 2백도가 넘는 열기에다가 진행 속도가 평지에서 난 불보다 훨씬 빠르고요, 또 불씨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거나, 또 여러가지 형태로 잠복하기 때문에, 언제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 지 모르는 것이 산불이라고 하죠? 이런 산불의 특징 때문에 비같은 자연 현상의 도움이 없이는 인간의 힘으로 산불을 완전하게 잡는다는 것은 현재까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재앙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이 산불이란 말까지 있는 것을 보면, 인류가 이 산불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죠.

(문) 원래 캘리포니아 주에는 10월 경에 산타 아나 바람이라고 불리우는 바람이 붑니다. 이 산타 아나 바람은 일종의 계절풍인데요, 뜨겁고 건조한 이 산타 아나 바람이 불면, 캘리포니아 주에서 산불이 많이 일어나게 되는데, 올해는 이 산타 아나 바람이 불기도 전에 산불이 났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 산불은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산림 지대가 너무 건조해져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흔히들, 요즘 미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산불의 원인을 두고, 너무 가물어서 그렇다느니, 기후변화로 온도가 올라가서 그렇다느니 하는 분석이 많은데, 실은 이 산불은 인간이 만들어낸 자연 재해란 지적도 있더군요?

(답) 네, 사실, 비가 오지 않고 기온이 올라가는 것도 인간이 만들어낸 현상에 해당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 것들 말고요, 20세기 들어서 인간이 산불을 진압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 결과적으로 산불의 위력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 산불이 나면 사람이 다치거나 재산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산불을 끄려고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요?

(답) 그런데, 과학자들은 자연에는 이런 산불이 주기적으로 나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가령 산에 나무가 자라는데, 너무 많은 수의 나무가 있으면, 문제가 될텐데요, 만일 산불이 나서 나무들이 타 없어지고, 또 타다 남은 재가 땅에 쌓여 거름 역할을 해, 다시 다른 나무나 식물들이 자라고 해야, 산림 생태계가 제대로 유지가 된다고 하네요.

(문) 그러니까, 산불은 자연이 스스로를 조절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란 그런 말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런데 과학 기술로 무장한 인간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이런 자연 조절 기능이 방해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주기적으로 산불이 나서, 땅에 쌓인 나뭇가지나 낙엽들이 없어져야 하는데요, 인간들이 사람과 재산피해를 막는다고, 산불이 나는 것을 막아 버려서, 산에 이런 잡목과 잡풀들이 넘쳐나게 됐다는 거죠.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산불의 위력을 더할 불쏘시개가 산에 점점 늘어났다는 얘기입니다. 인간들은 처음에는 산불이 나도 그럭저럭 막을 수가 있었는데요, 점점 세월이 지나면서 쌓여만 가던 잡풀이나 나무들 때문에 엄청난 위력을 가진 산불을 맞이하게 됐다는 그런 애기입니다.

(문) 또 일부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좋은 전망을 찾는답시고, 자꾸 산 쪽으로 거주지를 넓혀 가면서 산불이 잦아지고 있다고도 말하더군요?

(답) 네, 아까 얘기와 연결되는 지적인데요, 주거지가 산 쪽으로 확대되면서, 소방당국이 산불을 놓아두지 않고, 꼭 진압해야 할 처지가 돼, 자연생태계를 교란했고요, 또 산과 가까운 곳에는 예전에 산에 자생하던 나무들보다는 잔디 같은 초지가 많이 늘어나서, 산불에 기름을 부은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현재 일어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선 과거에 발생했던 산불을 막지 말았어야 했다는 그런 말인데요, 참 역설적인 이야기 같습니다. 정말 자연 현상이란 것이 어느 하나 의미가 없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그런 소식이네요. 아무쪼록 산불이 빨리 잡혀서, 집을 떠나 대피해 있는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김정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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