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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테러범 석방 논란 가열


지난 1988년 미국의 팬암 항공기를 폭파해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테러범 알 메그라히가 지난 달 석방 돼 고향인 리비아로 송환됐는데요, 석방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 언론은 지난 주말 영국 정부가 리비아와의 석유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스코틀랜드에 석방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영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 영국 정부가 리비아와의 석유 계약을 위해 테러범을 석방했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우선 팬암 여객기 테러 사건의 경위부터 좀 설명해주시죠?

답) 네, 이번에 석방된 테러범은 리비아 국적의 압델바셋 알리 모흐메드 알 메그라히 인데요, 지난 1988년 12월 스코틀랜드 로커비에서 발생한 항공기 폭파 사건의 주범으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습니다. 당시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팬암 항공사 소속 보잉 747 기가 폭파되면서, 탑승자 259명 전원과 지상에 있던 주민 11명 등 모두 270명이 사망했는데요, 이 중 180명이 미국인이었습니다. 이후 미국과 영국은 3년 간의 광범위한 수사를 거쳐, 1991년 알 메그라히를 기소했고요, 긴 신병 인도와 재판 과정 끝에 2001년 1월 종신형이 선고됐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테러범에 대해 어떻게 석방 결정이 내려진 겁니까?

답) 종신형 선고 당시 재판부는 적어도 20년 이상 복역한 후에야 가석방을 고려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당국은 지난 달 20일, 알 메그라히가 말기 전립선암으로 3개월 정도 밖에 생존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인도주의 차원에서 석방한다고 발표했고요. 알 메그라히는 곧바로 고향인 리비아로 송환돼 영웅적인 환대를 받았습니다. 이런 과정은 곧 국제적 논란거리가 됐는데요. 특히 미국 정부와 미국의 희생자 가족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스코틀랜드 당국의 석방 결정이 실수라며 지적했고, 이후 알 메그라히가 리비아에서 환대를 받자 불쾌하고 역겨운 장면이라고 비난했습니다.

) 그런데 스코틀랜드가 석방 사유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리비아의 석유 계약 때문에 석방 결정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답) 앞서 영국과 리비아가 죄수 송환 조치에 합의했었고 이후 양국이 석유 개발 계약이 맺어지면서, 그런 의혹을 갖게 하는데요. 특히 지난 주말 영국 '선데이타임스' 신문이 이를 뒷받침하는 영국과 스코틀랜드 당국 간 서한을 입수했다고 보도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리비아가 알 메그라히의 송환을 요구하면서 영국 회사의 리비아 석유개발 허가를 계속 미뤘고, 결국 영국 법무장관이 스코틀랜드 법무장관에 알 메그라히의 석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복역 중인 테러범을 석방했다는 것 아닙니까?

답) 하지만 영국과 스코틀랜드 정부는 이런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선데이 타임스' 보도가 나오면서 급기야 양국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당국 간의 연락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는데요.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 메그라히의 석방은 전적으로 스코틀랜드 정부가 결정한 것이라면서, 영국이 석방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지난 7월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에게도 분명히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 하지만 영국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계속되고 있지요?

답) 우선 동맹국인 미국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알 메그라히를 석방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건강 상의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하고요. 또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이 스코틀랜드에 알 메그라히의 석방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뒤 6주 만에 영국 회사 BP와 리비아 간의 석유 계약이 최종 성사됐다고 합니다. 리비아 국가원수 카다피의 장남 알 사이프가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가 앞서 영국과 맺은 범죄인인도협정은 알 메그라히를 겨냥한 것이며 직접적으로 무역과 석유가 연계됐다고 말하면서 이런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데요. 영국과 스코틀랜드 당국이 관련 문서를 공개하기로 한만큼,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알 메그라히의 건강은 어떤 상태입니까?

답) 리비아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환대를 받았고요, 또 미소를 지은 모습이 TV 화면으로 방영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일부에서는 알 메그라히의 건강 상태가 실제로는 알려진 것만큼 심각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병원에 입원해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들의 보도입니다. 리비아 외무장관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알 메그라히는 병원에 있고 죽어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스코틀랜드 수감 당시 현지 의사들이 알 메그라히를 면밀히 검사하고, 앞으로 3개월 정도 밖에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는데요. 앞으로 알 메그라히의 건강에도 계속 관심이 모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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