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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다자회담 내 북 핵 협의 강조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원하지만, 다자회담의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동의하면 공식 6자회담이 재개되기 전에도 미-북 양자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최근 들어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김근삼 기자와 함께 북 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먼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번 주 초 북한이 핵 문제 논의를 위해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를 평양으로 초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미국 국무부는 방북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6자회담에 먼저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는데요. 하지만 미-북 양자회담을 열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에서는 변화가 느껴집니다.

문) 어떤 변화죠?

답) 국무부는 지난 주까지만 해도 공식적으로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미-북 양자회담을 먼저 개최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가 지난 주 저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북 간 회담이 6자회담의 일환이라는 것을 북한이 인정하면 양자회담을 먼저 개최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공식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 이언 켈리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동의하면 양자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선 양자회담’도 가능하다는 미국의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아울러 대화를 통한 북 핵 문제 진전을 원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북한이 무조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던 이전 발언과는 다르게 느껴지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또 현재 아시아 지역을 순방 중인 필립 골드버그 조정관의 발언도 주목되는데요. 골드버그 조정관은 미국의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유엔 제재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 복귀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도 대북 제재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이 목적이라고 앞서 밝혔었는데요. 하지만 지난 24일 일본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과정으로 복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버그 조정관의 이런 발언은 처음인데요. 자신이 제재와 관련해 일본을 방문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은 제재 보다는 외교를 통한 비핵화 진전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그러니까 미국도 제재 국면이 계속되기 보다는, 북 핵 회담이 재개되고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를 원한다는 것이군요.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회담과 관련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강조하는 이유가 뭡니까? 6자회담이 왜 그렇게 미국에 중요한 겁니까?

답) 국무부의 공식 입장은 이렇습니다. 북 핵 문제는 미-북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안보와 관련된 것이며, 지역 안보의 또 다른 당사국들인 중국과 러시아, 한국, 일본을 논의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양자회담을 갖고 북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이 다자회담의 틀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문) 북 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 양자회담 만으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군요?

답) 네. 또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6자회담에서 북한이 맺은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6자회담 안에서 모든 핵을 완전하게 포기하기로 약속했고, 그 방법에도 합의했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을 무시한다는 것은 이런 비핵화 약속을 무시하고,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자는 것인데 이는 미국과 다른 당사국들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지난 주 저희 방송에, 북한이 6자회담의 비핵화 약속과 의무를 존중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회담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6자회담이라는 기존의 틀이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다자회담의 틀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공식 입장은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문)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북한의 6자회담 또는 다자회담 복귀 여부와 방법이 미-북 양자회담, 더 나아가 북 핵 회담 재개를 위한 관건인 것 같은데요? 북한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북한은 최근 정부 관리들의 공식 발언 등을 통해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원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핵 문제에 대한 입장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최근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면담한 북한 외교관들도 핵 문제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평양 측 사정에 밝은 미국 조지아대학의 박한식 교수는 어제 (25일) 미국 신문에 낸 기고문에서 미국이 먼저 북한과 양자회담을 하면 북한도 다자회담의 틀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을 했지만, 미국 정부의 현재 입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문) 앞으로 미-북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워싱턴에서는 어떤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답) 전문가들은 과거 전례에 비춰봤을 때 앞으로 한 두 달 안에 미-북 간 양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닏. 하지만 양측의 뚜렷한 입장 차이 때문에 비핵화 진전을 위한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와 외교 국면으로의 전환을 원하는 것은 분명하고, 또, 국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전후로 미국과 북한의 당국간 의견 소통도 활발해 졌는데요. 양측이 현재의 입장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접점을 마련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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