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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부족으로 고민하는 필리핀 학교들


필리핀에서는 각급 학교들이 고질적인 교실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계단과 복도까지 교실로 활용하고 학생들이 교실 개선을 위한 폐품수집에 나서고 있지만, 예산 부족과 급격한 인구 증가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필리핀 학교들의 교실 부족 문제가 아주 심각하군요.

답) 그렇습니다. 수도 마닐라의 경우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한 반 학생 수가 많으면 1백 명이 넘습니다. 선생님 한 명이 이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요, 일단 학생들을 수업에 집중시키기가 아주 어렵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구요. 어떤 선생님들은 목이 쉬어서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는데요, 칠판이나 종이에 글을 써서 학생들에게 일일이 지시사항을 알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교실에서는 선생님들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서 확성기를 가져다 놓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 학생과 선생님 모두 고생이 많겠군요.

답) 네, 교실은 부족하고 새 건물을 지을 형편은 안되고.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계단과 복도를 막아 수업을 하거나, 교실로 둘로 나눠서 칸막이를 한 다음에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수업을 하기가 힘들겠죠. 한 반 학생 숫자보다 책걸상 숫자가 더 적은 경우도 많습니다. 결석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모두가 책상을 하나씩 차지할 수 있지만, 모두 출석하는 날이면 책상을 같이 써야 하기 때문에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지난 2006년부터는 이부제 수업을 도입해서 아침반과 오후반으로 학생들을 나눠서 가르치는 학교들이 늘고 있지만, 교실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고 합니다.

) 교실 수에 비해서 학생 수가 이렇게 많으면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들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무엇보다 수업의 내용과 질을 보장하기가 어렵겠죠. 수업 분위기를 잡기도 힘들구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일일이 관심을 갖고 돌보기도 어렵구요. 어떤 선생님들은 학기가 끝날 때까지 자기 반 학생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한다고 털어놓고 있습니다. 공부를 아주 잘하거나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의 이름은 머리 속에 남아 있지만, 그냥 조용히 앉아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는 겁니다.

) 학생들이 보통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많이 이용하는데, 사정이 이렇다면 화장실 문제도 심각할 것 같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60%가 넘는 학교들이 화장실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도 마닐라의 경우 고등학생 1백40명에 한 개, 초등학생 1백20명에 한 개 꼴로 화장실이 배정돼 있습니다. 쉬는 시간 마다 화장실 앞이 길게 늘어선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룰 수밖에 없습니다.

) 필리핀의 교실 부족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이유는 뭡니까?

답) 무엇보다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0년 7천6백만 명이던 필리핀 인구는 올해 9천2백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9년 만에 2천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인구 증가와 함께 학생 수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전국적으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모두 2천1백만 명이 등록을 했는데요, 지난해 보다 1백만 명이 더 늘었다고 합니다. 부유한 가정은 교실도 넉넉하고 환경이 좋은 사립학교에 자식들을 보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경기 불황으로 공립학교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실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무엇보다 예산이 제일 큰 문제겠죠?

답) 그렇습니다. 필리핀 정부가 3년 전부터 교실짓기 사업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3만개 가까운 교실이 부족합니다.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세계은행에 따르면 일본은 1년에 학생 한 명당 5천 달러를 쓰고 있는 반면에 필리핀은 1백40 달러를 쓰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일본에 비해 3%도 안 되는 수준이죠. 가까운 태국과 싱가포르도 각각 8백50 달러와 1천8백 달러로 필리핀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체 국가예산의6% 정도를 교육 분야에 투자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육 분야 투자는 예산의 2%를 겨우 넘는 실정입니다.

) 필리핀 정부로서는 뭔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겠군요.

답) 아로요 대통령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했습니다. 지난 달 국정연설에서 교육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고 교실 증설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앞으로 2천 개의 교실을 새로 짓고 2천5백 개의 교실을 개보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6천3백 개의 화장실을 새로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 예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기로 했습니까?

답) 예산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가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경제 상황도 안 좋은 지금 당장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학생들이 폐품을 수집해 팔아서 교실집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선생님들 중에는 자기 월급을 털어서 교실을 개보수하는 데 쓰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MC: 지금까지 필리핀의 교실부족 사태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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