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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오존층 파괴물질 장비 교체 안보리 결의로 무산’


오존층 파괴물질을 사용하는 북한 내 장비를 교체하려던 ‘유엔환경계획’ UNEP 사업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로 인해 무산됐습니다. 이중용도 장비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 때문인데요, 이연철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먼저 유엔환경계획이 북한에서 어떤 사업을 펼쳤는지 소개해 주시죠?

답) 유엔환경계획은 지난 2003년부터 북한에서 ‘사염화탄소’의 생산과 사용을 막기 위한 6단계 사업을 벌였습니다. 사염화탄소는 무색의 맑은 휘발성 액체로, 전자제품 세정제와 살충제, 접착제 등에 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인데요, 유엔환경계획에 의해 대표적인 오존층 파괴물질로 규정돼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은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유엔 전문기구인 ‘유엔공업개발기구’ UNIDO를 통해, 모두 7백만 달러 이상을 북한에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05년 사염화탄소 생산이 중단됐고, 생산 중단 이전에 만들어졌던 재고량도 2008년 말 이전에 전량 사용됐다고, 유엔환경계획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2.8비날론연합기업소’와 ‘신의주 화학섬유 연합기업소’에서 사염화탄소를 사용하는 장비들을 다른 장비로 대체하기 위한 사업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문)유엔환경계획의 장비 교체 사업이 무산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첫째는 ‘국제화학무기금지협정’ 에 포함돼 있는 ‘이중목적 장비의 이전 제한’ 규정 때문입니다.

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공업개발기구는 사염화탄소를 사용하는 북한 내 공장 두 곳의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중국의 한 회사로부터 ‘유리재질 반응기’를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초, 중국 당국은 이 장비가 국제화학무기 금지협정에 따라 이전이 금지된 장비로 판단해 수출 허가를 거부했습니다. 제조업체와 유엔공업개발기구는 이 장비가 국제화학무기금지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가 채택되면서 일이 더욱 꼬이게 됐는데요,

안보리 결의 1718호는 이중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장비를 북한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문) 유엔환경계획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답) 유엔공업개발기구를 통해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유리재질 반응기를 ‘철강재질 반응기’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철강의 부식성이 심해 실용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또 ‘에폭시 수지’ 같은 다른 재질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필요한 연료 화학물질의 부족 때문에 실용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게다가 북한 당국도 유리재질 반응로를 고집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유엔공업개발기구는 유엔 안보리에 직접 제재 적용 면제를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했는데요, 필요할 경우 관련 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사업 내용을 설명하는 방법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유엔이 결의 적용을 면제하더라도 중국 당국이 국제화학무기금지협정을 이유로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계속 남기 때문에 이 방안은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문) 결국, 모든 대안들이 여의치 않았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환경계획 집행이사회는 북한에 전달하지 못한 장비를 매각 처분하라고 유엔공업개발기구에 요청했습니다. 유엔공업개발기구는 올 2월에 공개적인 경매 절차를 통해 유리재질 반응기의 구매자가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집트인으로 알려진 이 구매자는 약 40만 달러짜리 장비를 5만 달러에 구매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유엔환경계획 측은 북한의 두 공장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가 힘든 장비의 구매자를 찾아내 조금이나마 손해를 만회할 수 있게 된 것을 일종의 성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장비의 매각 처분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문) 그렇다면, 유리재질 반응기가 북한에 제공될 기회는 사라진 것인가요?

답)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대신, 유엔환경계획 집행이사회는 북한이 다시 관련 장비 지원을 위한 자금 배정을 요청할 수 있는 길은 열어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7월 현재까지 아무런 요청서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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