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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장기매매 보도 이스라엘과 마찰


이스라엘 병사들이 장기를 노리고 팔레스타인 인들을 납치해 살해하고 있다는 스웨덴 일간신문의 보도를 둘러싸고 양국간에 외교적 마찰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총리는 스웨덴정부에게 문제의 기사를 규탄하라고 촉구했지만 스웨덴 정부는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MC) 우선 사건의 발단이 된 스웨덴 일간지 보도 내용을 좀 소개해 주시죠.

조) 예. 스웨덴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좌파계 신문 아프톤블라데트 (Aftonbladet)는 지난주 17일자 문화 면에 "그들이 우리 아들들의 장기를 강탈했다"는 제목의 논평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도널드 보스트롬 기자가 지난 1990년대에 서적 출간을 위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을 납치해 장기매매의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내용입니다.

MC) 어떠한 정황을 가지고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입니까?

조) 보스트롬 기자는 지난 1992년 팔레스타인 서안의 작은 마을인 이마틴(Imatin)에서 이스라엘 병사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19세 소년 빌랄 아흐메드 가난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이스라엘 순찰병들에게 매일같이 돌을 던지곤 했던 이 소년은 어느 날 마을에서 가슴과 다리, 배에 총격을 받고 이스라엘 병사들에게 끌려갔습니다. 5일 후 돌아온 소년의 사체에는 하복부에서 턱까지 꿰매진 자국이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소년의 장기들이 모두 없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MC) 비슷한 사례들이 더 있었습니까?

조) 보스트롬 기자는 이 외에도 이스라엘 군에 의해 살해된 뒤 부검 과정에서 장기를 적출 당했다고 주장하는 팔레스타인 스무 가족들을 면담 했습니다. 나블루스와 제닌, 가자 지구 등에 거주하는 이들 유가족들은 젊은이들이 몇 일간 실종 된 뒤 부검된 시체로 밤중에 반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MC) 희생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시체를 친척들이 확인한 것입니까? 이스라엘 군이 장기를 적출한 증거가 있습니까?

조) 친척들이 시체를 다시 부검한 것은 아니고 꿰맨 자국과 또 장기들이 없어진 것을 보고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보스트롬 기자는 이스라엘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보스트롬 기자는 당시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시체를 무덤에서 발굴하려 했으나 이스라엘이 가자와 서안지구를 봉쇄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MC) 그런데, 보스트롬 기자가 언급하는 사건들은 지난 90년대 초에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일어난 일들 아닙니까?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언급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조) 보스트롬 기자가 이스라엘 병사들의 장기 매매 의혹을 다시 제기하게 된 계기는 지난달 미국 뉴저지 주에서 44명의 시장들과 주의회 의원, 그리고 유대교 성직자인 랍비들이 무더기 체포된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체포된 사람들 중 인간의 신장 밀거래를 중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대교 성직자, 랍비가 있었습니다. 이 랍비는 취약계층 사람들에게 접근해 1만 달러에 신장 등 장기를 사들인 뒤 이를 16배가 넘는 가격에 되판 혐의로 검거됐습니다. 보스트롬 기자는 논평기사에서 이 유대인 랍비가 이스라엘 병사들과 연계해 불법 장기매매를 알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단정하지는 않았습니다.

MC) 이 같은 스웨덴 언론의 보도에 대해 이스라엘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조)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일제히 나서서 거세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주례 각료 회의에서 스웨덴 정부에 사과를 바라지는 않지만, 스웨덴 정부가 그 기사를 규탄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프톤블라데트신문에 실린 기사는 도가 지나치다며 마치 중세 시대에 반유대주의자들이 '피의 의식' 의혹을 제기한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세 초기 유럽에서는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종교 의식을 위해 기독교 어린이들을 납치해서 피를 모은다는 의혹이 있었고 이는 이후 유대인 박해로 이어졌습니다.

MC) 스웨덴 정부는 해당 기사를 공식적으로 비난해 달라는 이스라엘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까?

조) 아닙니다. 스웨덴의 카를 빌트 외무장관은 20일 저녁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언론의 자유는 스웨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스웨덴은 이같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빌트 장관은 아울러 여러 언론매체에 게재되는 다양한 논쟁 거리를 검열하는데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MC) 빌트 장관이 이스라엘의 요구를 거부했는데, 다음 달로 예정된 스웨덴외무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까요?

조) 이스라엘 외무부의 이갈 팔모르 대변인은 이스라엘 정부가 빌트 장관의 방문을 취소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팔모르 대변인은 그러나 아프톤블라데트에 게재된 기사와 관련한 논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빌트 장관의 순방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MC) 양국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군요. 이스라엘 시민들은 스웨덴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다고요.

조)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의 인터넷 매체 와이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고학 연구소 학생인 모란 하즈비 씨가 인터넷을 통해 조립가구 회사인 아이키아와 볼보차, 주류인 앱솔루트 보드카 등 스웨덴 제품 불매운동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이 서명운동에는 이미 수 천 명의 이스라엘인들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스라엘 병사들의 장기 매매 의혹을 제기한 스웨덴의 도널드 보스트롬 기자는 협박 편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조은정 기자와 함께 최근 스웨덴과 이스라엘 사이에 장기매매 의혹을 둘러싸고 외교적 분쟁일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 알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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