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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은행, 4천 개 이상의 계좌 정보 미국에 넘겨


고객에 관한 비밀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한 스위스 은행이 미국 정부에 4천 개 이상의 계좌에 관한 정보를 넘겼습니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그 주인공인데요, 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조사에 협조하라는 미국 정부의 끈질긴 요구를 결국 받아들인 겁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UBS은행이 아주 어려운 결정을 내렸군요.

답) 그렇습니다. UBS은행은 지난 19일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4천 5백 여명의 계좌정보를 넘기기로 미국 국세청과 합의했습니다. 더글러스 슐만 미국 국세청장의 말입니다. 미국 정부가 커다란 승리를 거뒀다, 전례가 없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런 얘기입니다. UBS는 문제가 된 고객들의 상세한 계좌정보와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앞으로 1년 안에 미국 측에 넘겨줄 계획입니다.

) 원래 스위스 은행들은 고객에 관한 정보를 절대 유출시키지 않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돈을 맡기는 고객에게는 어떤 질문도 하지 않고, 고객에 관한 조사가 들어와도 절대 답변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고수해왔죠. 스위스 은행들이 3백 년이 넘게 지켜온 전통입니다. 이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나치당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독재자, 범죄자들까지 스위스 은행들에 돈을 맡겨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위스 은행들이 도덕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그런데도 불구하고 UBS 은행이 고객 정보를 미국 정부에 넘기기로 한 이유는 뭡니까?

답) 미국 국세청이 지난 2월 UBS를 상대로 미국인의 세금 탈루를 도와준 혐의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미국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스위스로 자산을 몰래 빼돌렸고 UBS가 이 돈을 받아줬다는 겁니다. 이 소송으로UBS는 자칫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할 위기에 몰렸는데요, 미국 측이 당초 요구했던 5만 여명에서 4천5백 명으로 계좌 공개 명단을 대폭 줄이자 UBS도 양보를 하고 소송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 이번 합의를 계기로 미국 정부가 탈세 혐의자들을 조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생겼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UBS가 계좌정보를 넘기기로 함에 따라 1백80억 달러에 이르는 의심스런 자금이 모두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더글러스 슐만 미국 국세청장은 이번 합의가 있기 전까지는 스위스의 은행 비밀유지법 때문에 수사가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국세청은 다음 달까지 스스로 탈세 사실을 신고하는 사람들에게는 처벌 수위를 낮춰줄 계획인데요, 이를 통해 공개되는 계좌까지 합하면 총 1만 여명의 UBS 계좌를 수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UBS와 미국의 이번 합의에 대해서 스위스 측의 반응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답)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적절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위스 은행연합회는 공식성명을 발표하고 UBS와 미국 국세청의 합의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에벌린 위드머 쉬럼프 스위스 법무장관도 은행 비밀주의가 고객의 범죄 행위까지 보호할 의무는 없다면서 이번 합의의 타당성을 강조했습니다.

) UBS가 스위스 은행들의 오랜 전통을 깼는데, 앞으로 어떤 파장을 낳을까요?

답) 스위스 은행들의 고객 비밀주의를 믿고 돈을 맡긴 사람들이 더 안전한 곳을 찾아 돈을 빼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UBS의 경우 이미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 계좌정보 공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UBS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지난 해 2분기 이후 1천억 달러 이상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UBS의 주가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요, 다른 대형 은행들도 덩달아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위스 은행들의 고객 비밀주의 전통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습니까?

답) 미국 정부가 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UBS에 국한하지 않고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스위스의 다른 대형 은행들 역시 고객들의 계좌정보를 공개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스위스의 고객 비밀주의 전통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겠죠. 그래서 대형 은행들 사이에서는 돈 많은 미국인 고객들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중소형 은행들은 더 새롭고 정교한 방법을 강구해서 고객들의 비밀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미국인 탈세 혐의자들의 계좌정보를 미국 정부에 넘기기로 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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