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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에 조문단 파견


북한 정부가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하루 만에 조문단 파견 의사를 김 전 대통령 측에 전해왔습니다. 조문단이 파견될 경우 남북 당국 간 비공식 접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에 이은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5명 정도의 조의 방문단을 파견키로 했다고 한국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19일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통지문을 통해 조문단을 보내기로 결정한 사실을 알려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조선아태평화위원회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임동원, 박지원 앞으로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통지문에 따르면 '경애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는 이미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는 즉시 조전을 보내시고 특사 조의 방문단을 파견하도록 해주셨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조문단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부장을 포함한 5명으로 구성되며 서해항로를 이용한 특별 기 편으로 하루 또는 이틀 일정으로 오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박 의원은 전했습니다. 방문 날짜와 관련해선 "장례식 전으로 하되 유가족의 의향을 따르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18일 새벽 김 전 대통령 유가족들에게 조전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조전에서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고 이희호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애석하게 서거했지만 민족의 화해와 통일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공적은 민족과 함께 길이 전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의 조전은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하루 만에 발표된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는 이틀 후 발표됐었습니다.

북한이 조전을 보낸 데 이어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키로 한 것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예우로 풀이됩니다. 정부 당국자는 "이 같은 예우는 재임 시절 햇볕정책을 추진하며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한 김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인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남북 협력사업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남북관계를 풀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을 지낸 함택영 국제정치학회 회장은 "현 회장과의 면담에 이어 조문단까지 파견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문단 파견의 의미는) 한국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공을 남측 정부에 넘긴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조문도 했으니깐 이제 남측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한다, 남측이 적극적으로 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제스처로 보입니다."

조문단이 파견될 경우 어떤 형태로든 남측과 당국 간 비공식 접촉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조문단이 올 경우 신변안전 문제나 출입 절차를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당국 간 접촉은 불가피하다"며 "고위급 대화 성사 여부는 누가 어떤 메시지를 갖고 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문단이 올 경우 대표로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 겸 아태위원장, 리종혁 통전부 부부장 겸 아태부위원장 등이 유력해 보입니다. 김기남 당 비서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북한이 중시하는 6.15 공동선언에 대한 입장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최소한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 이상이 올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6.15 선언 이행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고 최소한 김양건 통전부장 정도를 보내는 게 북한 입장에선 예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김 부장을 보내 조문을 함으로써 6.15 공동선언을 강조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한국 정부가 조문단의 방북을 막아 비난한 전례가 있는 북한으로선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그냥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무래도 남북관계를 전담하는 인사가 오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유족 측과 협의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 아래 북측 조문단을 받을 경우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등 세부사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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