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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北, 영변 원자로 복구 징후 없어’


북한은 최근까지 영변 원자로 재가동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같은 분석은 위성사진 판독 결과 나온 것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인터넷 군사 전문매체인 '글로벌 시큐리티'의 팀 브라운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영변 핵 시설에서 냉각탑을 재건설하거나 임시로 대체시설을 설치하는 작업이 지난 달 24일 현재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해 6월 핵 불능화 조치의 일환으로 폭파된 냉각탑이 있던 자리가 아직 그대로 있고, 인근 구룡강에서 원자로까지 땅파기나 관 매설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실로 미뤄볼 때 임시방편으로 강물을 냉각수로 끌어오는 공사 역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브라운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의 민간 위성회사 '디지털 글로브'가 촬영한 영변 핵 시설의 위성사진 판독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5메가와트급 원자로가 여전히 가동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연구원은 북한이 냉각탑을 재건설할 기술 능력을 갖고 있지만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착공에서 완공까지 수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핵 재처리시설에서도 위성사진 상으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성사진 상으로는 증기생산 공장의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거나, 이 공장과 방사화학실험실을 잇는 관에서 증기가 나오는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핵 재처리를 위해서는 먼저 핵 연료봉을 질산으로 녹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열의 증기가 필요합니다.

이밖에 핵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가 방사화학실험실 밖으로 배출되는 모습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온과 습도가 어떠냐에 따라 실제 배출되고 있는 연기와 증기가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위성사진만으로 핵 재처리 작업이 진행 중인지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브라운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연구원은 방사화학실험실 앞에 트럭 5대가 서 있는 모습도 위성사진에 잡혔다며, 그러나 이 역시 재처리 작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도 지난 5월26일 촬영된 위성사진 판독 결과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에 들어간 것으로 믿을만한 징후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연합뉴스’는 지난 5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증기생산 공장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 4월 말 이후 관측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5월 말 이전에 재처리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관련 동향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연합뉴스’의 보도만으로는 북한이 폐연료봉을 실제로 재처리 했는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폴 브래넌 연구원의 말입니다.

증기생산 공장에서 연기가 나왔더라도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재처리 공장에 남아 있는 다량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것인지를 위성사진 판독만으로는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 4월 영변 핵 시설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에 대응해 핵 시설을 원상복구하고 그 일환으로 폐연료봉을 재처리 하겠다는 북한 외무성 성명이 나온 지 10일 만이었습니다.

북한은 현재 폐연료봉 8천 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모두 재처리하면 핵탄두 1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약 7 킬로그램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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