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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 씨 북한 억류 137일 일지


지난 3월 말부터 137일 간 북한 당국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는 그동안 접견도 금지되고, 변호인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서, 소속 회사나 가족들이 애를 태웠습니다. 유 씨가 북한 측에 억류된 이후 석방되기까지 137일 간의 이모저모를 서울에서 강성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008년 2월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 한동안 관망하던 북한은 한달 뒤인 3월 24일 개성공단에 상주하던 남한 측 당국자들의 전원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묘한 긴장을 유지해 오던 남북한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6월 남북 군사회담 북측 대변인은 남측의 3통 합의 불이행으로 개성공단에 위기가 조성됐다고 주장했으며, 11월에는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실장인 김영철 중장 등 군부 조사단 6명이 개성공단에 대한 현지 실태 점검이 있었습니다.

12월 1일, 북한은 남한 측의 개성공단 상주 인원을 880 명으로 제한하고, 남북한 간의 통행시간대와 통행허용 인원을 축소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해가 바뀌어 2009년 3월 30일 오전, 북한 당국은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를 체포해 억류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에서 숙소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유 씨가 “북한의 체제를 비난하고, 북한 여성 근로자에 대한 탈북 책동”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는 통지문을 한국 측에 보냈습니다.

유 씨가 억류된 다음 날인 3월 31일 한국 정부는 남북한 간의 협약에 근거해 유 씨에 대한 접견권과 변호사 조력권을 요구했으나, 억류 당일부터 오늘까지 1백37일 동안 북한은 현대아산은 물론 한국 정부와 국제 인권단체 등의 거듭된 촉구에도 불구하고, 변호인 접견은 물론 유 씨에 대한 접견을 전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유 씨의 소속 회사인 현대아산은 조건식 사장을 개성에 보내, 유 씨의 석방을 위해 북한 측과 만났으나, 소득이 없었습니다.

4월4일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다른 한국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성공단 현지에서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등 국민 신변안전 지침을 긴급 하달했습니다.

4월21일, 현대아산 차원에서의 해결이 쉽지 않게 되자, 남북한 당국자들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으나, 이 모임은 20분만에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5월 1일, 북한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을 통해 “한국 근로자 유 씨가 북한 체제를 악의에 차서 헐뜯으며 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해당 법에 저촉되는 엄중한 행위를 했다”라고 발표해, 유 씨의 억류 상태가 쉽게 끝날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이어 6월 11일, 19일과 7월 2일 등 3 차례에 걸쳐 개성공단에서 남북한 간의 실무접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억류 100일이 되어가던 7월2일의 세 번째 실무회담에서 북한은 유 씨 가족의 편지 조차도 접수하지 않던 그동안의 자세에서 벗어나 “유 씨 문제가 곧 해결될 것” 이라고 말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김영탁 상근대표] “이번에 우리 대표단은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신대로 유 씨를 접견하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유 씨의 근황에 대해서 북측에 알려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결과 북측 대표단으로부터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7월7일 유 씨의 소재도 확인하지 못한 채, 억류 100일이 지나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북한은 유 씨보다 보름 정도 먼저 억류된 2명의 여기자 석방 문제를 놓고 협의한 결과, 8월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3시간 이상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고, 5일 두 명의 여기자와 함께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한국민들은 역설적으로 미국 여기자의 석방에서 유 씨 귀환에 대한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고, 현대아산의 현정은 회장이 지난 10일 평양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현 회장의 평양 체류가 하루 하루 길어짐에 따라, 유 씨의 석방 가능성은 높아갔습니다.

마침내 억류 137일 째인 8월13일 오후, 근로자 유성진 씨는 개성을 통해 가족과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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