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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살벌해진 미국의 타운 홀 모임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ACT - 타운 홀 모임에서 소리지르는 미국인들 목소리

(문) 자, 몇몇 사람들이 영어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요, 어디에서 나오는 소린가요?

(답) 네, 미국 내 몇몇 지역에서 열린 타운 홀 모임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이 지르는 고함 소리입니다.

(문) 타운 홀 모임이라고 하면 미국 의회 의원들이 지역구의 여론을 듣기 위해서 여는 모임을 말하죠? 그런데 미국인들은 어떤 문제를 두고 논쟁을 할 때 소리같은 것은 지르지 않고 차분하고 절도있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답) 네, 이 시간에도 여러차례 말씀을 드렸지만, 현재 미국 안에서 가장 큰 논쟁이 되고 있는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의료보험 개혁 문제입니다. 미국 정치권을 비롯해서 언론, 학계 그리고 일반 국민들까지 정말 이 의료보험 개혁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 미국 의회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서 휴회에 들어 갔는데, 몇몇 의원들은 그동안 미뤄놨던 지역 주민과의 만남, 즉 타운 홀 만남을 이 휴회 기간 중에 갖고 있습니다. 특히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타운 홀 모임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보험 개혁안을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민주당 정부의 의료 보험 개혁안에 반대하는 일부 유권자들이 이렇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최한 타운 홀 모임에 대거 등장해서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문) 지난 9일 밤에 방송되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니까, 미국 내 많은 곳에서 이런 소란이 벌어진 것 같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메릴랜드 주의 민주당 소속, 프랭크 크라토빌 쥬니어 연방 하원 의원은 지난 8월 4일에 지역구 내 한 초등학교의 식당에서 타운 홀 모임을 가졌답니다. 크라토빌 의원은 이 모임에서 의료 보험 개혁 문제를 설명하고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들으려고 했는데요, 이날 갑자기 2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이날 타운 홀 모임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소란을 일으킨 사람들은 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보험 개혁안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면서, 타운 홀 모임을 방해한 거죠.

(문) 일부 사람들은 소란이 벌어진 타운 홀 모임의 현장을 찍어서 인터넷 상에 계속 올리고 있는데요, 이 동영상들을 보니까, 화면 안에 펼쳐지는 광경이 정말 미국 안에서 일어난 일이 맞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더군요.

(답) 그렇죠? 고함을 지르는 것은 기본이고요, 서로 떠밀기도 하고 얼굴을 맞대고 큰소리로 상대편과 논쟁을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모임에 참석한 의원이 위협을 느낀 나머지 경찰의 호송을 받으면서 모임 장소를 빠져 나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죠.

(문) 그런데 이 동영상들을 찬찬히 살펴 보니까, 소란을 피운 사람들은 현안에 대한 논쟁을 하러 왔다기 보다는 모임이 진행되는 것 자체를 막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더군요. 미국에서는 정말 보기가 힘든 장면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소란이 일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 타운 홀 모임이라는 것은 미국에서 그리 역사가 길지는 않죠?

(답) 그렇습니다. 지난 19세기까지만 해도 미국 의회 의원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자신의 지역구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지역에 머물면서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과 모임도 갖고 여러가지 행사를 벌이면서 지역구 관리도 하고 여론을 수렴하기도 했다는군요. 그런데 현대로 넘어오면서 의원들이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전 세기에 비해서 많이 줄어드는데요, 그 결과 지역 여론을 수렴하는 방법이 바뀝니다. 바로 편지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문) 그러던 것이 최근 수십년간 타운 홀 모임이라는 것이 등장하게 됐구요?

(답) 그렇습니다. 옛날같이 지역구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고, 서면으로 지역 여론을 듣는 것에 한계를 느낀 의원들이 고안해낸 것이 바로 이 타운 홀 모임입니다. 의회 휴회 기간이나 아니면 회기 중이라도 짬을 내서 부정기적으로 지역구 내에 모임을 갖는 거죠. 지역구 주민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의정 활동을 보고하고 현안에 대한 설명과 홍보 활동도 하는 것이 바로 이 타운 홀 모임입니다.

(문) 현 오바마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에 이 타운 홀 모임을 잘 활용했다는 평가받고 있습니다. 1차 북핵 위기 때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이 타운 홀 모임을 좋아한 사람이죠? 그런데 이번에 일어난 소란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타운 홀 모임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을 하더군요?

(답) 네, 타운 홀 모임이 조용하게 현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견을 전달하는 장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를 과시하는 세 대결의 장이 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문) 사실, 이번에 소란을 일으킨 사람들은 조직적으로 동원된 흔적이 있다는 주장이 민주당 측에서 나오고 있던데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에 소란을 일으킨 사람들은 주로 페이스 북이나 마이 스페이스 같은 인터넷의 친구 만들기 사이트 등을 이용해서 정보를 교환한 뒤 민주당 의원들의 타운 홀 모임에 나타날 것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순수하게 민주당의 정책을 반대하는 시민이라고 주장했지만,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들 대부분은 전직 공화당원이거나, 대개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많았다고 하는군요. 그러니 민주당 측에서 현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서 보수단체에서 조직적으로 이번 분란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문) 미국 럿거스 대학, 정치학과의 로스 베이커 교수는 미국인들이 병든 타운 홀 모임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더군요. 미국 민주주의의 한 상징처럼 여겨지는 타운 홀 모임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되겠죠?

(답) 네, 정치인들과 주민 간 의사를 교환하는 유용한 도구였던 타운 홀 모임이 정치적 주장을 거세게 표현하는 선전선동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그런 말도 되겠습니다. 이렇게 타운 홀 모임이 고성이 오가는 선전, 선동장이 된다면, 조용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싶은 일반 유권자들은 이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피할 것이고요, 또 모임을 주선하는 의원들도 점차 타운 홀 모임 여는 것을 회피하게 돼서, 이런 현상이 미국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물론 소란을 일으킨 보수파 유권자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소식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렇게 평소에 미국에서 보기 힘든 현상이 일어나는데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의료 보험 개혁 문제가,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큰 관심사라는 사실이겠죠. 미국인들에게 고함도 지르고 또 몸싸움까지 하도록 만들고 있는 의료 보험 개혁 문제, 앞으로 어떻게 결말이 날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김정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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