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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게 달라진 북한 태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한국 현대그룹 회장의 잇단 방북으로 그동안 심각한 교착상태에 있던 미-북 관계와 남북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달라진 기류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주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먼저 미-북 관계부터 살펴보죠. 올해 1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북한이 미-북 관계 발전에 대해 나름대로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20일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북정책에 대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한동안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진용이 확정되고 대북정책의 방향이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한편, 미-북 대화 계속을 기대하는 자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문)북한이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가요?

답) 지난 3월 실시된 미군과 한국 군의 합동군사연습인 ‘키 리졸브 훈련’을 계기로 미국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3월17일에는 북한과 중국 접경지대에서 탈북자 관련 취재를 벌이던 미국인 여기자 2 명을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14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 것과 관련해 미국을 비판했는데요, 하지만, 강도 면에서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러다 5월부터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연일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부시 행정부와 전해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은 당시 북한의 불만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됐습니다.

문) 북한이 자신들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를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비판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는데요, 이후 미-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5월 25일 2차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어 6월 8일에는 미국인 여기자 2 명에게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단거리 미사일 7발을 발사하는 등 계속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는 발언도 계속했고, 7월 말 태국에서 개최된 ARF, 즉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기간 중에는 외무성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대한 인신 비방을 하기도 했습니다.

문)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였죠. 지난해 2월 이명박 한국 대통령 취임 이후 약 1년 반 동안 최악의 경색 국면을 면치 못했죠?

답)그렇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4월 1일 논평원의 글을 통해 이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 거론하며 ‘역도’라고 지칭하며 본격적인 비난을 시작했습니다. 그 해 7월11일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북한 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12월1일 북한은 개성공단 축소와 육로 통행 엄격 제한과 차단 등을 골자로 한 12.1 조치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올해 1월 17일에는 ‘대남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남북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 사항을 무효화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같은 날 개성공단에 근무 중이던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를 억류한 데 이어, 4월 21일 열린 남북 당국자 접촉에서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한국 측에 제공한 모든 특혜를 재검토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후 남북한은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 차례 당국자 회담을 열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습니다.

문)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미-북 간이나 남북 간 대화나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으로 볼 수 있나요?

답) 지난 달(7월)말 쯤으로 볼 수 있는데요, 북한 외무성은 지난 달 27일 미-북 대화의 필요성을 내비치는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24일에는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북한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23일에는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의 리흥식 외무성 국제기구 국장이 미국과의 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역시 지난 달이 주목되는데요, 한국 정부에 따르면 라디오 방송들을 기준으로 한 북한 매체들의 이 대통령 실명 비방 보도 횟수가 올 들어 계속 증가하다가 7월에는 전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지난 해 11월 사설에서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를 논할 추호의 여지도 없다고 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입니다.

문) 북한은 특히 이번 달 들어 무력 시위나 대남 비방 등을 자제하고 있는 양상인데요, 어떻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 4일 평양을 전격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다섯 달 가까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여기자 2 명을 석방하면서 대미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또 지난 10일에는 한국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초청했는데요, 현 회장의 방북을 통해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의 석방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오랫동안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미국과 한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답) 상황 진전에 따라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명시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제재 흐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양국 당국자들의 일관된 설명입니다. 두 나라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주 미-한 양국의 북 핵 실무자들이 토론을 벌인 ‘하와이 회동’에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공은 여전히 북한 측에 있다는 미 국무부 대변인의 말이나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의 말이 이런 양측의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내비치는 말로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극적인 사태 전개에 따라 국면이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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