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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카터’ 방북 닮은꼴-다른 점


지난 주 전격적으로 이뤄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여러모로 15년 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과의 면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했었는데요. 클린턴과 카터 두 전직 대통령 방북의 닮은 점과 차이점을 최원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조엘 위트 씨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보면서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15년 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평양행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조엘 위트 전 북한 담당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배경이 카터 전 대통령 당시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15년 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여러 면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평양 방문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두 전직 대통령은 모두 핵 위기 와중에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최고 지도자와 면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한 1994년 봄은 한반도가 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닫던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한 데 이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을 가했습니다. 그 해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북한 측 박영수 대표가 남한 송영대 대표에게 한 말입니다.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송 선생도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가는 상황에서 방북 길에 오릅니다. 카터는 방북에 앞서 현직 대통령인 클린턴 대통령과 자신의 방북 문제를 협의한 후 판문점을 거쳐 북한에 들어갔습니다.

6월 15일 평양에 도착한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과 만나 북한 핵 문제의 돌파구를 여는 데 성공합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 후 발표한 내용입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이 자신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조건을 모두 수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가장 극적이었던 것은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백악관으로 전화를 건 순간이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 때 참모들과 함께 영변 핵 시설 폭격을 포함한 대북 군사작전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습니다. 당시 백악관 회의에 참가했던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입니다.

“갈루치 씨는 당시 백악관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는데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전화를 걸어 왔다고 말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전화는 상황을 180도 바꿔놓았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카터와 김일성 간의 합의 내용을 받아들여 북한과의 협상에 나섭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넉 달 뒤 미국과 북한은 미-북 제네바 합의에 서명합니다.

15년 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지난 주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행은 차이점도 있습니다.

우선 두 전직 대통령의 상대가 다릅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 클린턴 전 대통령은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또 카터 전 대통령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북했지만 클린턴의 방북은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를 데려오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카터는 핵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클린턴은 핵 문제나 대미관계 등과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이 전하는 메시지를 주로 듣고 온 점이 큰 차이라고 조엘 위트 전 북한 담당관은 지적했습니다.

남북관계의 비중도 차이점입니다. 당시 남한의 김영삼 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과 같은 큰 틀의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신 클린턴 전 대통령은 개성공단에 억류 중인 한국인 근로자와 납북된 선원들의 석방을 당부했습니다.

15년 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핵 문제가 전쟁 대신 ‘협상을 통한 해결’쪽으로 선회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미-북 관계에 가져올 변화는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만일 오바마 행정부가 김정일 위원장이 제시한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대화가 재개된다면 클린턴의 방북도 카터 때처럼 미-북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 대해 인도주의적 목적에 국한된 철저히 개인적인 활동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미-북 간 관계개선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미-북 관계에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 그리고 이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평가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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