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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방북: 미국의 의도와 전망


미국과 북한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놓고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평양은 상당히 들뜬 분위기인 반면 워싱턴은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그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4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취재하던 미국과 한국 언론들은 작은 혼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북한 아나운서: “클린턴은 이에 깊은 사의를 표시하고 두 나라 관계 개선 방도를 담은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정중하게 전달하였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이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백악관이 즉각 부인하고 나선 것입니다.

백악관의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서면이든 구두든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며 북한 측 보도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미-북 양측의 입장 차는 그 뿐이 아닙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시간 여에 걸친 면담과 만찬을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을 국빈으로 대접했습니다. 반면 백악관은 클린턴의 이번 방북이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한 개인 자격의 활동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북한을 담당했던 데니스 와일더 씨는 메시지 전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의 의도와 함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이 갖는 정치적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백악관의 가장 큰 목표는 ‘여기자 석방과 핵 문제를 별개로 처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 평양을 개인 차원에서 방문해 여기자를 데려온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턴의 이번 방북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세심한 신경을 썼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시아재단 산하 미-한 연구센터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행정부 당국자가 포함되지 않았고, 민간 전세기를 사용한 점, 그리고 정부가 말을 아낀 것은 그 좋은 예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입장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따른 각국의 제재가 이제 막 시작된데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아무런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관심의 초점이 미-북 간 직접대화로 옮겨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아무리 신경을 썼다 해도 그 같은 목표를 1백%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백악관이 이번 방북을 ‘개인 차원의 방문’이라고 강조해도 일반인들과 국제사회가 이를 공식적인 방북으로 받아들이면 그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데니스 와일더 씨는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보좌관을 지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폴 챔벌린 연구원은, 만일 북한이 구체적인 핵 검증과 폐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북 제재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번 클린턴 방북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 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핵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 국민대학교의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교수입니다.

“2000년도 북-미 공동선언에 기초해 북쪽과 미국이 움직인다면 비핵화 등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북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씨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미-북 직접대화나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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