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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의료보험 과세 논쟁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요즘 미국 국민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침체에 빠진 경제 문제겠죠? 그런데 요즘 나오는 경제 관련 통계를 보면 미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이 경제 문제 말고 미국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현안이 하나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크게 신경을 쓰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워싱턴 디씨를 중심으로 한 미국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는 문제, 바로 의료보험 개혁 문제입니다.

(문) 이 시간에도 여러 차례 이 의료보험 개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초 연방 상. 하원에 휴회 전에 이 의료보험 개혁안을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었는데, 이런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죠?

(답) 그렇습니다. 상. 하원 전체 회의에 올릴 개혁안 초안을 마련할 소위원회에서도 아직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문) 많은 전문가들은 개혁안이 연방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전체 회의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올해 안에는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몇몇 세부 사항에서 의견 충돌이 있긴 하지만, 의료보험 개혁안의 큰 그림은 그려진 상태죠?

(답) 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보험 제도 개혁안의 핵심은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현재 미국에서 의료보험 없이 사는 사람이 4천 6백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모두 보험을 가질 수 있게 만들겠다는 얘기죠. 다음 두번째로는 미국의 의료 관련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이번 개혁안을 통해서 천문학적 수준인 의료비용을 줄여 보겠다는 것입니다.

(문) 민주, 공화 양 당이 사실 이런 큰 틀에는 합의했는데요, 이 개혁안 통과를 더디게 하는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죠?

(답) 그렇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요, 지금 나오고 있는 개혁안을 시행하면 앞으로 10년에 걸쳐 미국 돈으로 1조 달러, 한국 돈으론 무려 1,200조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 필요한데,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라는 문제입니다.

(문) 의료보험 개혁에 들어가는 돈을 마련하는 방법, 역시 세금 인상밖에 다른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미국 정가는 이 문제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죠?

(답) 그렇습니다. 의료 보험 개혁안 통과가 늦춰지는 중요한 이유, 역시 돈을 마련하는 문제고요, 구체적으로는 이와 관련해 세금을 올리는 문제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한창입니다.

(문)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연간 소득이 25만 달러가 넘는 가정에 대한 세금은 올리고, 25만 달러 이하의 가정에 대해서는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공약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중산층에 대한 세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었는데, 요즘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이런 공약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런 말은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아니고요, 정부 내 다른 관리들로부터 나왔습니다. 세금을 인상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운을 띄운 사람은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로랜스 섬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이 두 사람은 얼마 전에 방송에 나와서 재정적자를 줄이고 의료 보험 개혁안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선 세금을 올리는 것도 생각해 봐야 않겠느냐는 말을 했습니다.

(문) 그런데 의료보험 개혁에 드는 재원 마련을 위한 세금과 관련해서 워싱턴 정가를 떠도는 새로운 문제가 있더군요?

(답) 네, 바로 직장에서 종업원들에게 지급하는 의료보험에 세금을 물리자는 제안입니다. 미국에서는 많은 회사들이 종업원들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합니다. 회사는 종업원들을 민간보험회사의 보험 상품에 가입시키고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는 종업원 얼마, 회사 얼마로 분담해서 내게 되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지난 50여년 동안 이 회사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에 세금을 물리지는 않았는데요, 이 직장 의료보험에 과세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거죠.

(문) 하지만 이번에 나온 안은 모든 직장의료보험에 세금을 물린다는 말은 아니죠?

(답) 그렇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해서 여러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리해 보면 직장의료보험료로 연 평균 2만 5천 달러 이상을 내는 곳에만 세금을 물리겠다는 말이 대세입니다.

(문) 미국에서는 직장의료보험료로 연 평균 1만 3천 달러 정도가 지불된다고 하는데, 내야 할 보험료가 연 2만 5천 달러라고 하면 상당히 비싼 보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답) 그렇습니다. 이 2만 5천 달러 이상이 드는 보험을 미국에서는 캐딜락 보험이라고 부릅니다. 캐딜락이라고 하면 제네럴 모터스 사에 나오는 고급 차를 말하죠? 그래서 보험료가 비싼 의료보험을 고급 차인 캐딜락에 비유해서 캐딜락 보험이라고 부르는 거죠.

(문) 보험료가 비싼만큼 여러가지 혜택도 많을텐데, 아무래도 이런 보험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좋은 회사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겠죠?

(답) 그렇습니다. 그래서 캐딜락 보험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외형상으로 보면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물려, 보험이 없는 사람에게 의료보험을 주자라는 그런 말이 되겠습니다.

(문) 이 캐딜락 보험에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않아 있을텐데요?

(답) 물론입니다. 이 제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 이렇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캐딜락 보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소득이 많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거죠. 가령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은 혜택이 많은 보험이 필요해서, 소득이 적지만, 이런 캐딜락 보험을 사는 경우도 있겠죠? 다음 미국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지역 별 그리고 직장 별로 보험료가 비싼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험료가 비싼 지역에 살거나 보험료를 많이 내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캐딜락 보험을 사용하는 부류로 간주되고 또 이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한다면, 이는 형평에 어긋나지 않느냐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돈 나올 곳은 마땅치 않고, 또 의료보험 개혁에 시간이 많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가 과연 세금 인상이라는 칼을 뽑아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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