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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납북자 문제 우선해결 퇴색 내심 우려


일본 정부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북과 북한의 억류 여기자 석방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향후 미국과 북한 간 관계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 우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어떤지 전해주시죠.

답) 일본 정부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이번 북한 방문이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은 오늘 오전 기자회견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한에 억류됐던 여기자 2명이 석방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내심 그의 방북으로 인해 미국과 북한 간 관계가 급진전돼 오랜 현안인 일본인 납치 문제가 뒤로 밀려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나카소네 외무장관은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있는 만큼 이 역시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라고 있고 북한이 6자회담에도 빨리 복귀하길 희망한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 미사일 이 세 가지의 일괄 해결 없이는 북한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는 물론 대북 지원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이같은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난 4일 방북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사전에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일본 언론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요.

답) 일본 언론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의 건재를 증명하고 북-미 양자가 대화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이 일정한 체력과 판단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도 하에서 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직접대화를 하겠다는 외교 공세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신문은 또 “그동안 김 위원장의 마른 사진이 공개돼 건강 악화설이 나돌았지만 지난 4일 공개된 사진에서는 전체적으로 통통하고 혈색도 좋았으며, 머리카락도 검었다”고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주목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오바마 정권은 북한과의 직접대화의 전제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담은 2005년의 6자회담 공동성명 이행을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강하게 거부하면서 핵 억지력의 필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면서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한이 바라는 미국과의 직접대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문은 “다만, 북 핵 문제가 상당한 교착상태에 빠진 만큼 정치적인 타협이 필요하고,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미국 정부에 정치적 해결을 요구했다는 관측도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에 김 위원장을 능가하는 존재는 없는 만큼,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미 간 대화 진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문)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답)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한 방문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북-미 직접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즈오카 현립대학의 히라이와 순지 교수(현대조선론)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미국으로서도 북한을 완전히 궁지에 몰지 않고 대화의 장에 끌어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오바마 정부의 대북 외교는 그동안 엉거주춤했으나 이번 방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북한이 클린턴의 방문을 수용한 것은 미국과의 교섭을 통해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라면서 “지난 94년 북한을 방문한 카터 전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던 점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방위성 직속의 방위연구소 다케사다 히데시 총괄연구원은 “기자 석방 외에 핵 문제에 대한 협의도 있었을 것이며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휴전상태에서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다케사다 연구원은 “북한은 그동안 대포동2호 발사와 핵실험 등을 통해 미국과 대등한 협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며, 김정일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서 시간을 활용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 좀 다른 주제입니다만 이 달 중 한국이 최초로 발사할 예정인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대해 일본 언론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 달 중 한국이 최초로 발사하는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발사를 앞두고 ‘북한 자극론’, ‘핵 개발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상당히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 지난 4월 위성탑재 로켓이라면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북한을 제치고 한국은 세계 10번째의 ‘자체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가 된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로켓 개발은 북한을 자극할 것이라면서 국제사회는 복잡한 시선으로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세계 유수의 원자력 발전 대국인 한국에서 핵무기 제조로 연결되는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론’이 슬금슬금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도쿄신문도 지난 달 25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이후 한국에서 핵연료 재처리 등의 해금과 미사일 사거리 제한 기준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북한의 반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더욱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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