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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현대 무용계 큰 별 머스 커닝햄 타계


(진행자) 이번에는 미국 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얘기를 갖고 오셨나요?

(기자) 혹시 현대무용 좋아하세요? 무용 공연 관람도 가고 그러십니까?

(진행자) 글쎄요. 미국에서 고전 발레 공연은 한 두어번 가본 적이 있는데요? 그러고 보니 특히 현대 무용에는 별다른 지식이 없는 것 같네요.

(기자) 저는 몇 번 가서 봤는데요. 현대무용은 좀 어렵더라고요.

(진행자) 워낙 개성을 강조하는 예술이라 그런 지 이해하기가 좀 어렵긴 하죠? 현대무용, 영어로는 모던 댄스(Modern Dance)라고 부르잖아요? 20세기 들어 서양에서 발전한 무용으로 알고 있는데 자유롭고 개성적인 표현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죠?

(기자) 고전 발레가 지나치게 기교적이고 형식적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무용이죠. 인간의 정신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걸 추구하는데요. 미국의 여성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이 선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덩컨은 갑갑하게 꼭 죄는 발레 의상과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 발로 춤을 추면서 인간 정신과 육체의 해방을 표현했죠.

(진행자) 이사도라 덩컨이 서양 현대무용의 선구자라면 한국 현대무용의 선구자는 최승희가 아닐까 싶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생전에 ‘동양의 무희’, ‘조선의 꽃’으로 불렸던 무용가죠. 세상을 떠난 후에도 ‘전설의 무용가’로 불리면서 한국 신무용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청취자들은 아마 잘 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해방 후 월북해서 최승희 무용연구소를 세워 운영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고, 북한에서 공훈배우, 인민배우 칭호까지 받았으니까 말이죠.

(진행자) 그렇죠. 기생이나 추는 춤이라고 경시됐던 한국 민속춤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렸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표현한 무용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남한에서는 월북 예술가라고 해서 오랫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최승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이렇게 현대무용에 관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요. 지난 주 현대무용계의 큰 별이 타계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머스 커닝햄 얘기군요.

(기자) 네. 머스 커닝햄은 무용가로서, 또 안무가로서, 20세기 현대무용에 크나 큰 족적을 남겼는데요. 지난 달 26일 뉴욕의 자택에서 노환으로 숨졌습니다. 커닝햄은 지난 4월 아흔 살 생일을 기념해, ‘올모스트 나인티 (Almost Ninety), 즉 ‘거의 90’이란 제목의 새 작품을 선보이는 등 마지막까지 춤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는데요. ‘문화의 향기’ 오늘 시간에는 머스 커닝햄의 예술 세계를 돌아볼까 합니다.

(진행자) 부탁합니다.

마치 소음과 같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무용수들이 한 사람씩 무대에 등장합니다. 고개를 숙였다 들고, 좌우로 팔을 흔들고 돌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무용수들…… 무대 곳곳을 누비며, 때로는 따로, 때로는 또 같이 격렬한 동작을 선보입니다.

머스 커닝햄의 대표작 ‘사운드댄스 (Sounddance)’, ‘소리춤’인데요. 머스 커닝햄은 ‘현대무용의 아인슈타인’란 별명으로 불리며,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머스 커닝햄 무용단의 기록보관자인 데이비드 버건 씨에 따르면 커닝햄은 전통무용의 틀을 깨고 무용계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버건 씨//
“커닝햄의 특징은 음악적 구조나 이야기 구조를 따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냥 춤을 위한 춤, 동작을 위한 춤을 창조했죠. 커닝햄은 춤과 음악을 분리시킨 사람으로 유명한데요. 공연할 때 음악이 흐르긴 하지만 음악에 맞춘 춤, 춤에 맞춘 음악이 아니라 음악과 춤이 서로 별개로 존재하는 겁니다.”

커닝햄을 얘기하면서 그의 연인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존 케이지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우연성 음악의 개척자인 존 케이지는 소음이나 정적도 음악이라며, 연주하는 동안 연주자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4분33초’란 작품을 발표해 음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머스 커닝햄은 1942년 존 케이지와 만나면서 음악과 춤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춤을 고안합니다.

//버건 씨//
“무용수들이 침묵 속에, 음악이 없는 상태에서 춤을 배웁니다. 공연을 위해 무대에 나가서야 처음 음악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대에서 음악을 처음 듣더라도 워낙 안무 동작을 잘 알기 때문에, 음악에 영향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춤을 출 수 있는 거죠. 다시 말하지만 음악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음악과 춤이 따로 존재하는 겁니다.”

젊었을 때 커닝햄은 뛰어난 무용수였습니다. 머스 커닝햄은 1919년 워싱턴 주 센트랠리아에서 태어났는데요. 시애틀에서 무용학교에 다니던 중 현대무용의 거장이었던 마사 그레이엄의 눈에 띄어 그레이엄 무용단에 들어갑니다. 그레이엄 무용단의 독무가로 이름을 날리던 커닝햄은 1944년에 독립해 나오는데요. 1953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무용단을 창단하고, 50여 년 동안 ‘소리춤’, ‘바다’, ‘해변의 새’등 수 많은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었는데요. 초기에는 분노한 관중이 무대 위로 물건을 던지는 등 야유와 조소를 받기도 했습니다.

//버건 씨//
“처음에는 미국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춤에 어떤 얘기가 담겨있는 것도 아니고, 음악도 이상하고, 춤도 너무 다르고 하니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유럽 공연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요. 1964년에 극동 지역을 비롯해 6개월 동안 전 세계 순회공연을 하면서 미국에서도 점차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춤이길래 유럽이랑 일본에서 그토록 열광하는지 미국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머스 커닝햄은 존 케이지의 영향으로 안무에 있어서 우연성을 강조했고요. 또 동양의 선 사상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음악 외에 미술, 사진, 비디오 등 다른 예술에 춤을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고요. 일상의 모든 움직임이 춤이라고 믿었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도 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지난 26일, 그 마지막 춤과 함께 이 세상에 영원한 작별을 고했습니다.

(진행자) 부지영 기자, 열정적인 무용가 머스 커닝햄에 관한 얘기 잘 들었는데요? 커닝햄은 한인 동영상 예술가 백남준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백남준의 동영상 작품을 배경으로 한 춤을 안무하는 등 많은 공동작품을 남겼고요. 머스 커닝햄 무용단을 이끌고 여러 번 한국도 방문했습니다.

(진행자) 존 케이지, 백남준에 이어 이제 머스 커닝햄까지 타계함으로써 세계 전위 예술의 3대 거장을 모두 잃었다는 탄식도 나오고 있던데요. 전통과 형식을 파괴하며 실험정신으로 가득 찼던 이들의 예술이 후세에는 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네요. 부지영 기자, 오늘 수고하셨고요. 다음 시간에 더 재미있는 소식 부탁 드립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새 영화 소개 순서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소재로 한 희극 영화가 나왔는데요. 제목이 ‘아이 러브 유, 베스 쿠퍼 (I Love You, Beth Cooper)’, ‘사랑해, 베스 쿠퍼’입니다. 고등학교 4년 동안 공부만 하던 남학생이 졸업식 날 공개석상에서 최고 인기 여학생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또 이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는 얘기인데요. 과연 이 남학생의 사랑이 이뤄질 것인지, 김현진 기자, 소개 부탁합니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학생 대표로 연설하는 데니스 쿠버맨……. 강당을 메운 청중 앞에서 느닷없이 한 여학생에 대한 사랑을 고백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며, 졸업생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마음을 털어놓는데요. 데니스가 사랑한다고 고백한 여학생은 전교에서 가장 예쁘기로 소문난 베스 쿠퍼입니다.

데니스는 4년 동안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베스와 얘기를 나눈 적인 한 번도 없는데요. 데니스와 베스는 외모나 성격이 전혀 딴판입니다. 베스는 학교 최고의 미인인데다 인기 있는 여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응원단 단장인데요. 반면 데니스는 책만 보는 공부벌레라서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베스는 느닷없는 데니스의 고백에 부끄러웠지만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는데요. 베스의 말에 용기를 얻은 데니스…… 집에서 졸업 축하 잔치가 열린다며 베스를 초대합니다.

오랫동안 베스를 사랑해왔던 데니스는 드디어 꿈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가까이서 본 베스는 그 동안 데니스가 상상해온 베스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베스를 연기한 헤이든 페네티어 씨는 텔레비전 연속극 ‘영웅’을 통해 잘 알려진 배우인데요. ‘영웅’ 에서도 역시 예쁘고 인기 많은 응원단원 역할을 맡았습니다.

페네티어 씨는 응원단원이 고등학교의 상징처럼 표현된다고 말했는데요. 응원단원과 미식축구 주장하면 미국 고등학교에서 최고 인기 학생처럼 생각된다는 거죠. 페네티어 씨는 대화 한 번 못해본 사람을 어떻게 잘 안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데니스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데니스는 베스가 예쁘고 완벽한 여학생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인데요. 오히려 베스는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늘 불안해 한다는 겁니다.
영화 ‘사랑해, 베스 쿠퍼’는 미국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연출했는데요. 베스와 데니스는 졸업식날 소동을 겪으면서 두 사람의 미래가 고등학교 때와는 매우 다를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베스 쿠퍼에겐 고등학교 4년 동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남을 것이라고 콜럼버스 감독은 말했는데요. 졸업 후에는 극히 평범한 인생을 보내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데니스는 고등학교 내내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며 끔찍한 4년을 보냈지만, 가을부터는 명문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앞길이 창창하다는 겁니다.

베스와 데니스는 극과 극처럼 전혀 다른 사람들이라고 콜럼버스 감독은 말했는데요. 두 주인공 역을 맡은 폴 러스트 씨와 헤이든 페네티어 씨도 정반대의 인상을 준다며, 두 사람이 감정적으로 서로 연결되고, 또 관객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화를 연출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크리스 콜럼버스 관객은 ‘나 홀로 집에’, ‘해리 포터 1 ~2편’ 등을 연출한 흥행감독인데요. 최근에는 감독보다는 제작자로 활동해 왔습니다.

‘해리 포터’ 영화를 연출한 뒤 돈도 많이 벌고,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되면서 나태해진 감이 없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 저예산 영화 ‘사랑해, 베스 쿠퍼’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다시 끄집어내는 계기가 됐다고 콜럼버스 감독은 말했습니다.

영화 ‘사랑해, 베스 쿠퍼’는 미국 작가 래리 도일 씨의 소설이 원작인데요. 원작자 도일 씨가 직접 각색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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