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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기자 석방 교섭, 특사 파견을 위한 조건이 관건


미국인 기자 2 명이 북한에 억류된 지 오늘로 136일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석방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두 기자는 지난 6월 초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뒤에도 교화소가 아닌 의료시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이들의 석방을 위한 접촉을 벌이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 기자. 억류 중인 미국인 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양국 정부 간에 어떤 움직임이 있습니까?

답) 미국 정부부터 말씀을 드리면요. 국무부는 지난 21일 처음으로 두 기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에드 로이스 미 연방 하원의원은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에, 자신이 두 기자 문제와 관련해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조언을 했다면서, 국무부가 현재 최선의 전략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국무부가 북한의 요구 사항을 검토하면서, 석방 교섭을 위한 여러 방안들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 북한은 어떤 입장입니까?

답) 북한 당국은 지난 6월 초 두 기자에 대한 재판 결과를 발표한 뒤에는 이 문제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신선호 대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미국과의 공동 관심사를 협상하기 위한 양자 대화 재개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동 관심사에는 북 핵 문제와 두 기자 석방 문제 등 여러 현안이 포함될 수 있겠죠. 특히 두 기자가 지난 주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며칠 간격으로 두 차례 전화를 한 점은 이례적인데요. 두 기자는 전화통화에서 자신들의 석방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북한도 이들을 교화소로 보내기 보다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한 조기 석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 미-북 간에 두 기자의 석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오가고 있습니까?

답) 매우 민감한 사항인만큼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요. 미 국무부는 이들의 석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밝힐 수 없다며 함구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북한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질문을 보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두 기자의 석방을 위해 미국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기 의한 조건이 교섭의 관건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과거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들이 미국의 고위급 특사 파견을 통해 석방됐던 전례에서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한국 언론은 미-북 간 협상이 7부, 8부 능선을 지났다고 보도했고,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이달 초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방북을 요청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는데요, 확인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문) 앞서 미국 언론들은 앨 고어 전 부통령이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을 두 기자의 석방을 위해 북한에 파견될 수 있는 특사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습니까?

답) 리처드슨 주지사는 과거 북한에서 석방 교섭을 했던 경험이 있고요. 또 고어 전 부통령은 두 여기자가 소속된 ‘커런트 TV’의 공동 설립자이기 때문에 그런 관측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북 핵 문제를 놓고 미-북 양측이 극도의 경색 국면에 있기 때문에, 특사 파견을 위한 교섭이 과거에 비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특사 파견과 관련해 최근 미국 정부의 미묘한 입장 변화도 느껴지는데요. 앞서 미국은 여기자 문제가 핵 등 정치 사안과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사 파견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30일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는 보즈워스 특사나 성 김 수석대표가 두 기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측과 접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런데, 두 기자의 석방을 위한 협상이 핵 문제와 관련한 경색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죠?

답) 현재 미국과 북한은 모두 양자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6자대화가 끝났다고 선언했고, 미국은 여전히 6자회담의 틀 안에서만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두 여기자의 석방을 위한 양자 회담을 고려해봤을 때, 북한은 이를 계기로 가능한 많은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평양을 방문하고, 이를 통해 미국과 조건 없는 양자 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미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양자 회담이 이뤄진다면, 6자회담에 관한 성과도 도출해 내려고 할 것입니다.

문) 끝으로, 북한에 있는 미국인 기자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답) 당초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실제 두 기자를 교화소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요. 북한의 입장에서도 교화소의 상황이 미국인 기자들에게 공개되고, 또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것이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죠.

소식통에 따르면 두 기자는 현재 교화소로 보내지지 않고 북한의 의료시설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로라 링 기자는 지병인 궤양이 악화됐고, 유나 리 기자도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건강이 나빠지면서 지난 6월 중순 이후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아왔는데요. 건강은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고, 낯선 북한 땅에서 12년의 노동교화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매우 심각할 겁니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오늘까지 14만1천 여명이 서명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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