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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위기의 북한 정권] 극도로 제약된 대외관계


북한 정권이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과 대규모 식량난 때와 비슷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방송은 불확실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취약한 후계 구도, 유엔의 제재로 극도로 제약된 대외관계, 갈수록 통제가 어려운 주민들, 계속되는 경제.식량난 등 북한 정권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점검하는 특집방송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김연호 기자가 극도로 제약된 북한의 대외관계에 대해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지난 6월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제재 결의 187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3년 전 북한의 첫 핵실험 직후 채택된 1718호 보다 제재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1874호는 북한의 핵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자금의 흐름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관련 계획에 관련된 모든 금융 거래를 금지했습니다. 또 북한과의 무역거래를 위한 수출 신용과 보증, 보험 같은 공적인 금융 지원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계획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으면 하지 말도록 했습니다.

그밖에 경화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와 사치품도 북한과의 거래가 금지됐습니다. 특히 북한을 오가는 화물에 금지 물품이 실려 있다고 믿을 만한 정보가 있을 경우에는 유엔 회원국들이 항구와 공항에서 검색하도록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이처럼 강력한 대북 제재를 결정한 데는 중국의 태도 변화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미국의 민간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의 말입니다.

북한을 다루는 데 제재와 압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도 인정하게 됐다는 겁니다. 중국은 과거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 북한 정권에 압력을 가한다고 북한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었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한 강력한 대북 제재가 결정되기는 어려웠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두 번이나 핵실험을 강행한 뒤에는 중국도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이를 바꾸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글레이저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글래이저 연구원입니다.

중국은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겁니다. 북한에 정권교체가 일어나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적으로 기대할 만한 일이고, 교착상태에 빠진 북 핵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폐기 조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중국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엔 결의 1874호는 대북 제재의 이행 측면에서도 과거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북한 선박 강남호 사건입니다.

지난 달 중순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강남호를 미 해군이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공해상에서의 선박 검색을 규정한 유엔 결의가 어떻게 이행될지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선적국인 북한의 동의가 없으면 미 해군도 강남호를 강제로 정선시켜 검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남호는 보름 가까이 항해하다 북한으로 귀항했습니다. 목적지로 추정되던 버마와 싱가포르 등이 대북 제재를 이행할 준비를 하자 닻을 내릴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 귀항한 것입니다. 특히 북한과 가까운 버마 군사정부마저 예상과 달리 안보리 결의에 호응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습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버마가 강남호 사건에서 보여준 협력과 안보리 결의 이행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밝힌 입장은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의 민간연구소인 센츄리 재단의 유엔 전문가인 제프리 로렌티 선임 연구원은 강남호 사건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상징적인 압박 수단으로 여기고 유엔 결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 것을 막후에서 다른 나라들에 종용했지만, 이제는 대북 제재가 실질적인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반영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16일 북한 정부 인사 5명과 북한 기업과 기관 5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확정 발표했습니다. 유엔이 북한의 개별 인사를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 북한 인사들은 해외자산이 동결되고 해외여행도 금지됩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를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재무부는 지난 달 18일 미국 금융기관에 북한의 변칙적인 자금 거래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경보를 내렸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확산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북한 남천강 무역회사와 홍콩 일렉트로닉스에 대해서는 금융 제재를 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필립 골드버그 국무부 대북 제재 이행 조정관과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잇따라 중국과 말레이시아, 홍콩 등을 방문해 대북 제재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미국평화연구소 (USIP)의 존 박 선임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국제적인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해외에서 위장기업들을 앞세워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이 위장기업들을 색출해서 자금줄을 끊는 데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지난 달 북한 문제에 관한 긴급 브리핑에서 북한의 대외거래는 불법 행위와 합법 행위를 구분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를 외국 정부에 자세히 알리는 작업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존 박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의 경고를 무시할 경우 미국과의 금융거래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각국 금융기관들이 잘 알고 있는 만큼,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실효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유엔과 개별 국가 차원의 제재에 직면해 정치적, 경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것은 유럽과의 관계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지난 달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한 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유엔 대북 제재 외에 북한 인사와 기관에 대한 자산동결과 여행 금지 등 자체적인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루디거 프랑크 교수의 말입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이 있은 뒤, 그동안 북한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유럽에서도 여론이 악화돼 정치권에서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 핵 문제가 풀리기 전까지는 유럽연합 국가들이 북한과 무역, 투자 관계를 지속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전통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비동맹회의에서도 북한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비동맹회의 회원국들 사이에서 북한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이집트에서 열린 비동맹 정상회의에서는 그동안 북한이 요구해 온 이른바 ‘한반도 조항’이 처음으로 삭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핵 문제와 남북한 관계 등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담긴 ‘한반도 조항’이 삭제된 사실은 북한에는 외교적 충격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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