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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북 대화 성사 여부는 북한의 진정성에’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 간 직접대화를 원한다는 뜻을 잇따라 밝히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경 일변도 대외 조치들을 쏟아내며 대화를 거부하던 입장과는 크게 다른 것이어서 주목되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 직접대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27일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치는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신선호 유엔 주재 대사가 북한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23일에는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의 리흥식 외무성 국제기구 국장이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 측의 발언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대북 포괄적 패키지’를 강력하게 거부하고, 미국의 국무장관을 비난했던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1월 출범 이후 북한과 양자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이를 모두 거부한 것은 북한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간에 양자 대화가 시작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양자 대화나 다자 대화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앞서 서명했다가 지키지 않은 많은 합의들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캘리포니아 주 스탠퍼드대학 한국학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트로브 부소장도 북한의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지난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일련의 도발적 행동을 취했던 북한이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면서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스트로브 부소장은 미-북 양자 대화 가능성을 반반으로 내다보면서, 문제는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느냐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나라와도 외교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만큼 북한과 대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지 않고 미-북 대화를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는 전술적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점이 분명해지면,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지금의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객원연구원인 박선원 박사는 북한 당국이 여름 이후 대화 국면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박선원]
“ 크게 보면 첫째, 김 위원장의 와병 이후 체제 정비가 끝났다는 것 하나 하고, 두 번째로는 그 기간 중에 핵 무장 능력을 강화시켰다는 것, 세 번째로 미국이 포괄적인 협상 의사를 표시했다는 것…”

박 연구원은 또 북한은 최근의 기상 난조로 가을의 수확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것 역시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박 연구원은 조만간 미-북 간 양자 접촉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금은 6자회담으로 바로 갈 수 없는 상황이며, 따라서 먼저 양자접촉이 이뤄진 뒤 미-북 양측이 그 속에서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국장도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에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하면서, 궁극적으로 미-북 간 양자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페퍼 국장은 과거 부시 행정부도 다자 회담을 주장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결국 양자 회담에 응했던 사례를 거론하면서, 오바마 행정부도 그와 유사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그러면서, 지난 3월 이후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여기자 석방 문제가 미-북 간 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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