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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들, 러시아에 체첸 언론인 피살사건 해명 촉구


구 소련방의 자치지역이었던, 체첸공화국의 저명한 인권 운동가이자 언론인인 나탈리야 에스테미로바의 피살 사건에 대해 인권 운동가들이 러시아와 체첸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배후에 두 나라 정부가 있다는 주장인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그 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논란의 중심에 에스테미로바 기자가 있는데요. 누굽니까?

답: 에스테미로바 기자는 올해 50세로 체첸공화국의 대표적인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인권 전문 기자였습니다. 역사 교사였던 에스테미로바는 지난 1999년 체첸전쟁 이후 러시아와 친 러시아계 체첸군이 국내에서 자행한 수 많은 인권 유린 실태를 파악한 후 직업을 바꿔 본격적으로 실태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해 왔습니다. 10여 년 동안 위험을 무릅쓰고 수 백 건의 납치와 고문, 살해행위 등을 집중 조사해 유럽에서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 그런데 어쩌다 에스테미로바 기자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겁니까?

답: 지난 15일 체첸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된 뒤 실종됐는데요. 8시간 뒤 이웃 나라 잉구셰티야의 도로에서 총상을 입은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 그래서 인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에스테미로바 기자가 몸담았던 인권단체 '메모리얼'과 다른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16일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와 체첸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메모리얼'의 오레그 오르로프 의장은 에스테미로바 기자의 피살 배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그가 대통령 시절 낙점한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러시아와 체첸 정부가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인데, 어떤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까?

답: 인권 운동가들은 카디로프 대통령에 대해 비난해 온 인사들 중 상당수가 체첸과 해외에서 의문의 살해를 당한 사례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헬싱키 그룹의 류드밀라 알렉쉐바 대표는 이런 수 많은 의문의 살해 사건에도 불구하고 카디예프 대통령에 대한 수사나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전무하며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했습니다. 살인 사건의 범인도 체포된 전례가 없습니다. 알렉쉐바 대표는 그 이유로 러시아의 실세인 푸틴 총리가 카디예르 대통령을 강력히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체첸과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카디예프 체첸 대통령은 에스테미로바 기자를 살해한 범인들을 반드시 체포해 처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카디예프 대통령은 체첸은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적과 체첸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해로운 일들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역시 에스테미로바 기자의 죽음에 애도를 표시하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베드베데프 대통령은 진실을 알리려던 에스테미로바의 활동은 정상적인 국가라면 어디에서나 필요한 일이라며 살인자들의 체포를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하지만 인권운동가들은 이런 정부측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모스크바-헬싱키 그룹의 알렉쉐바 대표는 에스테미로바 기자의 시신이 납치지점에서 80km 정도 떨어진 잉구셰티야 지점에서 발견된 것은 정부 당국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로 체첸군이 도로 곳곳에 방책을 설치하고 철저하게 검문검색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었냐는 것이죠. 결국 이런 모든 움직임은 체첸에서 러시아가 자행한 인권 탄압의 증거들을 없애고 체첸을 계속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치밀한 크렘린궁의 계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인권 단체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 그런 정치적 배경때문에'코카서스'불리는 러시아 남쪽의 여러 공화국들에서 폭력사태가끊이지 않는같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체첸은 물론이고 이웃나라 잉구셰티야, 다게스탄 공화국 등 캅카즈 지역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세력과 분리독립 세력, 다양한 범죄 조직까지 들끓어 질서가 거의 파괴된 상태인데요. 지난달에는 잉구셰티야 대통령이 자살폭탄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고 대법원의 부대법관이 저격을 받아 숨졌습니다. 또 이웃나라 다게스탄의 내무장관 역시 저격수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끝으로 에스테미로바 기자의 피살과 지역 혼란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하군요.

답: 국제사회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코카서스 지역 내 법치와 안전의 파괴가 우려된다고 밝혔고 얼마 전 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살인범들을 반드시 체포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 등 국제인권 단체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한 러시아 기관이 에스테미로바 기자의 피살 등 의문의 살인 사건들을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앵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체첸의 인권운동가이자 기자인 나탈리야 에스테미로바의 피살 배경과 국제사회의 반응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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