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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자선 모금활동에 앞장서는 미국 청소년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은 부지영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문) 미국인들이 자선활동이나 기부를 많이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요즘에는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도 자선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그저 관심을 보이는 정도가 아니고요. 어른들보다도 더 성공적으로 자선활동을 하는 아이들도 많은데요. 지난 주말 워싱턴에 도착한 잭 바너 군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문) 아, 기금모금을 위해 조그마한 빨간 손수레를 끌고 플로리다 주에서 워싱턴까지 걸어왔다는 소년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잭 바너 군은 올해 11살인데요. 바너 군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잭 바너 군//

"제 이름은 잭 바너인데요. '리틀 레드 웨곤 파운데이션 (The Little Red Wagon Foundation)', '작은 빨간 수레 재단'이란 자선단체 설립자에요. 전 1백3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집 없는 어린이들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플로리다 주 탐파에 있는 저희 집에서부터 워싱턴 디씨 백악관 앞까지 1천2백25 마일 걷기에 도전했습니다."

(문) 1천2백 25 마일이면 거의 2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잖아요? 차를 타고 가도 하루 종일 걸릴 텐데, 그 먼 길을 어떻게 다 걸어왔을까요?

(답) 물론 밤새 쉬지 않고 걸은 건 아니고요. 세 차례, 세 구간으로 나눠서 걸었는데요. 먼저 2년 전인 2007년에 집 근처인 플로리다 주 탐파에서부터 탈라하시까지 걸었고, 그 다음 두 번째 단계로 탈라하시에서 조지아주 애틀란타까지 걸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애틀란타에서 워싱턴까지 세 번째 구간을 마친 건데요. 하루 16 킬로미터 내지 20 킬로미터씩 걸어서 두 달 만에 워싱턴에 도착했습니다.

(문) 미국의 집 없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어떻게 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요?

(답) 처음에는 그렇게 거창하게 시작한 게 아니었습니다. 4년 전 플로리다 주를 강타한 태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바너 군은 어린 마음이지만 이재민들을 도울 길이 없을까 궁리를 했는데요. 이재민들에게 식수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 있던 생수, 그러니까 병에 담아 파는 생수를 기부하기로 결심했고요. 기왕이면 좀 더 많이 보내고 싶은 마음에 빨간 수레를 끌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이웃 주민들에게 병에 든 생수를 기부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겁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렇게 해서 모은 생수가 트럭 27대 분량에 달했다고 하네요.

(문) 4년 전이면 바너 군이 7살 때인데 그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을 했다니 참 기특하네요.

(답) 그렇죠? 바너 군은 주변의 격려로 '작은 빨간 수레 재단'을 설립했고요. 배낭 보내기 운동 등 집 없는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모금에 힘써왔는데요. 급기야 플로리다에서 워싱턴까지 걷는 대장정을 해낸 겁니다.

(문) 어린 나이에 날도 덥고 다리도 아팠을 텐데 중간에 그만 두고 싶진 않았을까요?

(답) 왜 그런 생각이 없었겠어요? 특히 지난 6월말에는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다 포기하고 장례식에 참석할 것인가, 아니면 걷기를 마칠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돌아가신 할머니도 바너 군이 끝까지 해내길 바라실 거라고 생각해서 중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문) 할머니 장례식 참석까지 포기하면서 얼마나 모았는지 궁금한데요?

(답) 바너 군은 이번 걷기를 통해 5만 달러를 모았는데요. 플로리다 탐파 시에 있는 어린이 보호센터에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또 워싱턴 디씨에 있는 청소년 보호재단에 컴퓨터와 침구 등을 지원해줄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플로리다 주에서 워싱턴까지 걸어오는 동안에도 중간중간 집 없는 어린이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어 주고, 축구공을 나눠줬다고 하네요.

(문) 정말 대단하군요.

(답) 한인 학생들 중에도 자선활동에 앞장 서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올 가을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갈 예정인 티모시 황 군과 민수 한 군을 들 수 있습니다. 두 학생은 3년 전 14살 때 '오퍼레이션 플라이 (Operation Fly)', '작전 비행'이란 단체를 설립했는데요. 이 단체의 설립 배경, 티모시 황 군으로부터 직접 들어보시죠.

//티모시 황 군//

"워싱턴 디씨 시내 빈민들을 위해 늘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처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친구 몇 명과 2주에 한번씩 디씨에 가서 옷가지와 먹을 것을 나눠주곤 했는데요. 그러다가 더 많은 친구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기금 모금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요. 그러다가 가정교사를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겠다 생각을 한 겁니다."

(문) 가정교사를 해서 번 돈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니 일석이조군요? 공부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도 돕고,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가난한 사람도 돕고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과외비, 그러니까 가정교사 교습비는1시간 당 45달러에서 65달러 정도인데요. 티모시 황 군의 단체를 통하면 반값입니다. 그러니까 학부모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죠.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자녀 과외를 시키고, 좋은 일 하는 것도 돕고 말이죠. 또 빈곤층 가정의 어린이들에게는 무료 과외 지도도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서 그런지, 3년 만에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거느린 큰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티모시 황 군//

"지금은 워싱턴 디씨, 뉴욕, 시카고, 볼티모어, 보스톤 등 5개 도시에 8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두고 있고요. 가정교사 활동으로1년에 10만 달러 정도를 모으고 있습니다. 과외지도나 일반 봉사활동을 포함해서 자원봉사자 1명이 1년에 평균 40 시간 내지 50 시간 정도를 봉사하는데요. 그 중에 저희가 '직원'이라고 부르는 열혈 봉사자들은 1년에 1백 시간 이상을 봉사합니다. 앞으로 로스 앤젤레스와 디트로이트, 달라스, 토론토까지 확장할 계획입니다."

(문) 아직 어린 학생들이 대단하군요.

(답) 어떻게 생각하면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죠. 어른이라면 색안경을 쓰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린 학생들이 하는 일이니까 순수하게 생각되잖아요. 또 어린 아이들이 좋은 일 하겠다며 부탁할 때 거절하기 어렵죠.

(문) 그런데 미국 학생들이 이렇게 어려서부터 자선활동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요?

(답) 워낙 미국 사회에 기부 정신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난 2008년 통계를 보면 미국인들이 자선단체에 기부한 액수는 무려 3천억 달러가 넘는데요. 미국인들의 3분의 2가 매년 기부를 한다고 합니다. 또 요즘에는 기업들도 청소년의 기부활동이나 자선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곰 인형 회사인 '빌드 어 베어'같은 경우, 매년 어린이 자선사업가 12명씩을 선정해서 자선기금과 장학금으로1만 달러씩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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