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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P `대북 식량 지원 절실’ 회견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 WFP은 어제(1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악화되고 있는 식량 상황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WFP가 기자회견을 연 배경과 현재 북한의 식량 상황 등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문) 저희 방송을 통해서도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사실상 중단돼 WFP 평양 사무소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 여러 차례 전해드렸었는데요. 어제(1일) 기자회견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열린 것이군요.

답) 네, 세계식량계획, WFP의 지난 달 북한 내 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이렇게 WFP 북한 소장이 베이징에 나와 다시 기자회견을 하면서 현재의 시급한 상황을 강조한 이유가 이해되는데요. WFP 평양사무소의 토빈 듀 소장에 따르면 지난 달에는 북한주민 1백70만 명에게만 식량을 지원할 수 있었고, 지원량도 크게 줄었습니다. 당초 목표했던 사업의 15%만 수행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애초 620만 명을 수혜 계층으로 잡았던 WFP는 최근 이를 2백27만 명으로 낮춰 잡아야 했다고, 듀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또 북한 내 8개 도 1백31개 군에서 벌여 온 사업을 지난 달부터는 6개 도 57개 군으로 축소했다고 합니다.

문) 당초 계획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사업 규모인데요. 국제사회의 지원이 어느 정도나 줄어든 겁니까.

답) WFP는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북한에 총 4백만 t이 넘는 식량, 미화 총 17억 달러 상당을 지원해왔습니다. 그런데 현재 WFP 활동 사상 최악의 지원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듀 소장의 말, 다시 들어보시죠.

듀 소장은 WFP가 북한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처럼 식량을 지원 받는 주민들이 적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WFP의 대북 긴급지원 사업은 지난 해 9월1일부터 올해 11월30일까지를 기한으로 진행되는데요, 목표 모금액 5억3백64만 달러 가운데 2일 현재 전체 모금액은 목표 액수의 15%에 불과한 7천5백만 달러 정도입니다.

문)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이처럼 주춤거리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답) 듀 소장은 어제(1일) 기자회견에서 기부국들이 북한의 정치적 상황에 대응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답했는데요.

지난 5월25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기부가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듀 소장은 기부국들이 대북 지원에 의문을 품고 있는 데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WFP는 인도주의적 기관으로서,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지원 필요성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WFP 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도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기부국들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에도 대북 지원이 뚝 끊긴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최근의 정치적 상황이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북한 내 사업은 오직 인도주의적 차원의 일이며, 절대적으로 북한주민 가운데 취약계층에게만 지원이 전달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문) 그런데 어제 기자회견에서는 북한 당국마저 WFP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 새롭게 알려졌는데요. 협조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인가요?

답) 네, 듀 소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비춰보면 북한 당국은 지난 해 미국 정부가 WFP를 통해 식량 지원을 결정할 때 합의한 의정서 내용들을 모두 원상복구 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북한 당국이 한국어 구사요원을 없앨 것을 요구해 지난 해 59명에 달했던 WFP 현지 요원 수가 16명으로 대폭 줄었다고 합니다.

듀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당국이 왜 요원 수를 감축하라고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이는 WFP가 평양 주재 유엔 기관들 가운데 한국어 구사 요원을 갖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북한 당국은 만 하루 전에 통보하면 요원들이 식량 분배 현장을 방문할 수 있게 했던 것도 일주일 전 통보를 해야 방문이 가능하도록 그 기간을 늘렸습니다.

문) 전반적으로 미국 정부의 WFP를 통한 식량 분배가 시작되기 전과 같이 어려운 활동 여건이 된 것이군요.

답) 네, WFP의 지난 해 활동 여건은 WFP와 관계 없이 미국 정부와 북한 당국 간 체결된 의정서 내용에 따라 결정됐던 것인데요.

미국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 USAID 측은 미국 정부가 지난 해 9월 WFP를 통한 대북 지원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북한이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USAID는 미국 정부가 식량 재개를 결정할 당시 미-북 양측이 체결한 의정서 내용, 예를 들어 영양실태 조사 실시와 한국인 구사 요원의 수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었습니다.

이미 미국 정부의 지원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어 구사요원을 북한에 둘 이유가 없기 때문에 요원 수 감축을 WFP 측에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국제사회의 지원이 거의 중단된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바로 악화되는 북한 내 식량 상황이네요. WFP 평양 사무소의 분석은 어떻습니까.

답) 듀 소장은 특히 북한 어린이들의 상황이 중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양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악화된 면역 체계를 갖고 성장하고, 이들이 다시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를 출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주민들은 점점 더 야생 음식에 의지하고 있고, 주민들이 먹는 음식의 질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대북 지원 여부가 관심의 대상인데요. 듀 소장은 WFP의 정보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식량과 연료 지원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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