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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 대북 지원 차질, 북한 인도주의적 상황 우려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와 핵실험 이후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 속에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도 크게 위축된 상황입니다. 게다가 한국 내 민간단체들의 대규모 지원마저 발이 묶여 북한주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한국 정부 차원의 쌀과 비료 등 인도주의적 지원이 중단된 것은 한참 됐는데요. 민간단체들의 지원 역시 발이 묶여 있다구요?

답) 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대부분의 인도적 지원 물자에 대한 반출 승인을 유보했습니다. 민간단체들에 따르면 이에 따라 20억원 상당의 물자가 현재 창고에서 발이 묶여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어린이를 위한 분유나 밀가루, 식량, 의약품 일부의 반출은 허용되지만 그밖에 병원 건설 자재나 모내기 철 영농자재 등 일체의 반출은 금지된 상태라고 합니다.

56개 대북 지원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이른바 북민협은 어제(25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 차원의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허용하지 않는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국제기아대책기구’ 대표를 맡고 있는 북민협 정정섭 회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정정섭 북민협 회장: 민간단체들이 국민들의 정성 어린 성금으로 마련한 사업까지 정부가 가로막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문)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이 완전 중단된 상태에서 민간단체들의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이처럼 발이 묶여 있다면, 여러 계획된 대북 사업에 타격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답) 네, 북한에 나무 심기를 지원하고 있는 단체는 나무 지주목과 관수시설 장비 등을 전달하지 못해 1만여 그루가 넘는 사과나무의 고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하고, 또 북한에 병원을 지으려고 했던 단체는 건설 장비가 전달되지 못해 개원식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시멘트나 건설 자재 등은 더운 여름철, 창고에 오래 썩혀둘수록 망가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이 입게 된다는 게 민간단체들의 주장입니다. 민간단체 ‘나눔인터내셔널’의 이윤상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이윤상 나눔인터내셔널 대표: 컨테이너 속 시멘트는 굳어가고 일부 자재와 장비들은 항만창고에서 녹슬어가고 있으며 추후 탁송해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우려됩니다.

민간단체 측은 이처럼 자신들의 계획된 대북 사업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지난 15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까지 신청하고, 통일부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승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 한국 정부는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답) 한국 통일부는 그동안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 이후 미사일 시험발사까지, 정치적, 군사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민간단체들의 요구가 계속되자 통일부는 26일 시급한 물자 반출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천해성 대변인은 기자설명회에서 “물자 반출 제한으로 관련 민간단체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관련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한국 측의 대북 지원은 현재 어느 정도나 줄었습니까?

답) 한국 통일부의 남북교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민간단체와 정부 차원의 지원액은 총 1천51만8천 달러로, 지난 해 2천6백33만 달러에 비해 60% 줄었습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문) 과거 북한의 가장 큰 인도주의적 지원국이었던 한국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원 외에도 유엔 기구들을 통한 국제사회의 지원 역시 엄청나게 줄지 않았습니까.

답) 맞습니다. 저희가 앞서 여러 차례 전해드린 대로, 지난 4월 이후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해 대북 식량 지원을 한 단일 국가는 2천5백t의 설탕을 콜롬비아와 북한에 지원한다고 발표한 쿠바가 유일합니다. WFP 측은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이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지원조정국, OCHA 역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기금이 부족하자 북한에 1천만 달러의 중앙긴급구호기금을 추가 지원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문) 한국과 유엔 측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감소가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까요?

답) 네, 북한의 가장 큰 지원 대상이었던 두 곳의 지원이 여의치 않으면서 현재 북한 당국이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중국 정부와 미국, 유럽 등의 민간단체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박사는 중국 정부의 대북 무상 식량 지원이 없이는 북한이 올해 식량 고비를 넘기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권태진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중국에서 무상으로 식량 지원을 해줄지 안 해줄지는 몰라도 그냥 수입만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은데요. 중국에서 특별한 무상 지원을 좀 해줘야 버티지, 수입만 해주면 한계가 있거든요.

현재 중국 정부는 대북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대북 지원을 중단해야 북한이 협상에 복귀할 것이란 분석에 대한 질문에 북한과 관련된 조치들이 북한의 민생과 정상적인 경제무역 행위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어제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많은 나라에 인도적 지원을 해왔으며,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밖에 미국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미국 측 민간단체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적극적인 대북 지원 활동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단체들도 대북 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들 단체들의 지원 량은 과거 한국 정부나 민간단체, 유엔 차원의 대규모 지원에 비해 극히 적은 규모이기 때문에 당분간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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