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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토지임대료 5억 달러 안보적 가치’


북한은 지난 19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당국 간 2차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토지임대료 5억 달러 요구의 근거로 개성공단의 군사안보적 가치를 내세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사실상 한국 정부에 대해 6.15 남북 공동선언의 이행을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돼 남북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일 남북 당국 간 2차 개성 실무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은 토지임대료 5억 달러 인상 요구안의 근거로 ‘안보가치론’을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에 따르면 북측 대표단은 실무회담에서 “개성공업지구는 지리적 위치로 보나 그런 노른자위 같은 땅을 통째로 내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북한이 제시한 기준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며 남측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측 대표단은 또 “남측은 개성공업지구로 하여 보장되는 평화와 안전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깊이 헤아려 보아야 한다”며 “ 이 문제는 순수 경제 상식만으로는 풀 수 없으며 정치안보적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타산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2차 회담 당시 개성공단 협상은 경제원리에 따라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개성공단 3대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북측의 논리와 선을 그었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22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임대료, 임금 이런 문제들은 개성에서 실제 들어가서 사업을 하는 우리 입주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 즉 입주기업들이 개성에서 사업을 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구요, 그런 토대에 따라서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5억 불이라는 것은 도저히 그대로 받아들이기 무리한 요구다, 이게 기본적인 입장이죠.”

한국 정부와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토지임대료 요구안을 사실상 한국 정부의 6.15 남북 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시험하는 압박용 카드로 보고 있습니다.

북측은 1차 회담에 이어 이번 2차 회담에서도 이 사안을 우선 협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북한이 처음 토지임대료 5억 달러를 요구할 땐 한국 내에서 공단 조성할 때 들어가는 통상적인 비용을 기준 삼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차 회담에서 ‘안보가치론’을 공식화함으로써 6.15 정신에 근거한 접경지역에서의 긴장완화 혜택을 이제 거둬 가겠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습니다.

“남측 정부에 5억 달러에 대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선 6.15 정신을 계승하든지, 아니면 개성공단 자체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그러니까 민족사업을 계속 끌고 살 수 있는 대북정책의 어떤 전환 이런 부분을 요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조 박사는 한국 정부는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문제를, 북한은 사실상 6.15 선언 이행을 이번 협상의 최우선 현안으로 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합의를 찾기가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요구가 사실상 6.15 선언 이행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2차 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보여 준 일부 태도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북측은 2차 회담에서 12.1 개성공단 육로 통행 제한 조치를 해제할 뜻을 밝혔습니다. 임 교수는 특히 억류 직원 문제가 풀릴 경우 북측 요구에 대해 상당한 유연성을 보일 수 있음을 내비친 한국 측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기숙사 문제는 지금까지 북한 핵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전이 되어야 지원할 수가 있다는 그런 내부 방침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숙사 문제도 협의 할 수 있다고 한국 정부가 제기한 것은 개성공단에 억류 중인 남측 근로자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으면 다른 문제는 보다 점진적이지만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런 저는 암시가 있다고 봅니다.”

임 교수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요구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순 없지만 억류 직원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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