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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중단 1년째, 민간 사업자들 도산 위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관광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 곳에서 사업을 하던 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관광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줄도산이 우려되지만 한국 정부는 이들을 도울 마땅한 규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남북관계 악화로 금강산 관광이 좀처럼 재개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금강산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들은 조직을 줄이고 경비를 절감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북 핵 실험 등으로 남북 간 긴장이 더욱 높아지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22일 금강산 관광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관광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로 적자가 불어나자 10여 개 업체들이 최근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금강산 내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등 이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모두 40여 곳으로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들입니다.

이들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금강산발전협의회 안교식 회장은 "업체들 모두 1년 간 수입이 전무한 가운데 매달 사업장 유지비나 대출 이자를 어렵게 내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40여 곳 모두 버티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 금강산에 투자한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실제 도산하고 있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유동성 악화로 업체들의 운영 자체가 안되고 있는 상태고 금강산 관광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많은 업체들이 도산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금강산발전협의회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이 투자한 돈은 모두 1천3백억 원입니다.

지난 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관광이 중단되면서 현재까지 발생한 매출 손실액만 5백억원에 달합니다.

한 업체 대표는 "현대아산 같은 큰 기업이야 계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전 재산을 걸고 금강산에만 사업장을 둔 자영업자들"이라며 "이번 달 대출받은 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겨우 1, 2 달"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강산에서 호텔과 횟집을 운영 중인 ㈜일연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수입은 전무한 가운데 호텔 유지비와 직원 인건비 등 월 평균 1억5천여 만원의 고정비용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회사의 직원은 1백13명이었으나 현재 구조조정을 통해 20여명으로 대폭 줄였습니다.

금강산에서 기념품 매장과 맥주공장을 운영하는 조국래 ㈜동국테크 사장도 "지난 1년 간 사업장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인건비나 금융비를 합쳐 매달 1천만원씩 나가고 있다"며 "이대로면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북에 투자를 해놓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오지도 못하고 재산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저 뿐이 아니라 영세한 업체들이 전 재산을 금강산에 부어놓고 기본적으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1년 간 기본적인 비용은 다 나가고 있습니다. 금융비용 뿐만 아니라 영업 손실, 기회손실 따지자면 어마 어마한 액수죠."

개성공단 기업들에게만 관심과 지원을 보여준 정부에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사업자는 "개성공단 기업들의 손실만 부각된 채 금강산 등 북한에서 사업하는 업체들의 고충은 정부에서 나 몰라라 한다"며 "업체들의 어려움을 헤아려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사업자는 관광 중단에 따른 손실보전책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금강산이나 개성 관광에 목을 매고 있는 현대아산 대리점 같은 영세업체들은 정말 어렵습니다. 정부가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모르고 개성공단 한 업체가 철수한다고 해서 그 난리 법석을 치고 있는데, 내륙진출 기업은 벌써 쓰러져 있고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비교해서 도움을 줘야 합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실적으로 이들을 구제할 마땅한 제도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 업체들이 북한과의 사업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경협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제도적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 1월 이들 기업에게 남북협력기금 57억원 상당을 대출해준데다 다른 경협 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그리고 현행 제도 등을 감안하면 추가 지원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관광 재개가 늦어질수록 이들 업체들 가운데 철수하거나 도산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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