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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 재보험 사기로 현금 조달’


북한이 의심스러운 재보험 청구 소송을 해외 재보험사에 제기해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함께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내용과 북한이 국가적 보험 사기를 벌이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 등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문) ‘워싱턴포스트’신문이 어제 (18일) 북한의 보험 사기 의혹을 장문의 기사로 자세히 다뤘는데요. 먼저 기사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답) 네, ‘워싱턴포스트’는 18일자 1면에서 북한이 대규모의 의심스러운 재보험 청구 소송을 해외 재보험사에 제기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의 국영 보험사인 ‘조선국영보험공사’에서 일하다 탈북한 김광진 씨와 유럽 재보험사 관계자, 북한 전문가 등을 인터뷰해 북한 당국이 조직적으로 국제적인 보험 사기극을 벌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선물이나 외화벌이에 충당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문) 재보험사를 이용한 돈벌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재보험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답) 쉽게 말해서 재보험은 ‘보험의 보험’인데요. 보험사는 고객에게 돈을 받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이고, 보험사가 다시 다른 보험사에 자신들이 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보험 상품을 가입하는 게 재보험입니다.

북한의 국영 보험회사인 조선국영보험공사가 해외의 다른 보험사에 재해가 발생해 특정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대한 보험을 다시 들어놓고, 자신들이 보험금을 고객에게 지급했다며 그에 대한 보험금을 다시 청구해 돈벌이를 한다는 것입니다.

문) 그동안 북한의 여러 가지 외화벌이 수단이 많이 알려져 왔지만, 이렇게 재보험을 통해 거액의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이윤을 추구하는 해외 유수의 보험사들이 그런 방식으로 북한에 돈을 지급해왔다는 것도 언뜻 이해가 되지 않구요.

답) 국제 보험회사들은 자신들의 손실 내용을 떠벌려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쉬쉬하는 게 대부분인데요.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북한은 재보험 업계에서 꼼꼼하게 보험금을 달라는 청구 서류를 준비하고, 평양의 꼭두각시 법원에서 재빠르게 일을 진행시켜 해외 재보험사에 빨리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때 북한은 때로 재보험사들이 북한이 청구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조사관들을 파견하는 것조차 제한한다고 합니다.

영국 런던의 한 보험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지리적, 정치적 무지로 해외 중개인이나 보험사들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의 보험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줄 착각하기도 합니다. 북한이 전세계에서 가장 인권 기록이 나쁜, 비밀에 쌓인 전체주의 국가라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문) 워싱턴포스트에는 지난 2005년 북한 고려항공 소속 헬리콥터 추락 사건에 따른 재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이 소개돼 있는데요. 이 사건의 전개 과정을 좀 자세히 전해주시죠.

답) 네, 조선국영보험공사는 지난 2005년 7월 북한 고려항공 소속 헬리콥터가 평양 인근 창고에 추락해 그 곳에 보관돼 있던 식량, 의류, 의료품 등 구호물자가 불 탔다면서 해외 재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즉, 조선국영보험공사가 고려항공에 화재 보험금을 지급했으니, 그에 대한 자신들의 보험금을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또 북한 법원도 재보험사에 조선국영보험공사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판결했습니다.

영국 로이드 신디케이트에 속한 3개사를 포함해 독일 알리안츠, 이탈리아 제너럴리, 벨기에의 항공전문 보험사인 아비아벨, 인도의 제너럴, 이집트의 미스르 등 다국적 재보험사로 구성된 이른바 재보험 집단(컨소시엄)은 조선국영보험공사가 보험금을 청구하자, 북한 당국의 국가적 사기라고 주장하며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우선 추락 사고 자체가 거짓이며, 이에 대해 조선국영보험공사가 고려항공에 보험금을 지급한 것도 조작이라는 것입니다. 재보험사들은 북한이 사고 발생 열흘도 안 돼 수십만 가지의 피해품목을 제출하는 등 그 주장과 증거자료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그런데 이 소송에서 북한이 이겼지 않습니까?

답) 네, 지난 해 런던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재보험사들은 조선국영보험공사에 대한 사기 및 서류 조작 주장을 철회하고, 북한이 청구한 보험금의 95%인 3천9백20만 유로, 미화 5천8백만 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의 조정에 합의했습니다. 재보험사 변호인들은 왜 조정에 합의했는지 밝히지 않았으나, 런던의 한 법률정보 회사 분석에 따르면 재보험사들이 조선국영보험공사와 당초 계약을 할 때 북한의 법에 따르기로 한 약점 때문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북한이 소송에서 이긴 데다 재보험사들의 주장을 고스란히 믿기에도 무리가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사건에 대한 북한 측의 주장은 어떻습니까.

답) 당시 소송에서 북한 측의 변호를 맡았던 법률회사 엘본 미첼 사의 팀 아케로이드 변호사는 재보험사들이 주장하는 북한의 사기 혐의에 대한 믿을 만한 증거가 조금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아케로이드 변호사는 재보험사들이 당시 사건의 목격자로 지적한 전직 조선국영보험공사 직원 김광진 씨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김 씨가 북한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비판했습니다.

문) 김광진 씨는 어떤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까.

답) 조선국영보험공사에서 6년 간 근무하다 한국으로 탈북한 김광진 씨는 재보험사들의 도움으로 현재 미국 워싱턴의 인권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원회의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데요. 김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직접적인 인터뷰는 거절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재보험 청구에 따른 연간 수익이 5천만~6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에 따르면 북한에서 매년 발생하는 자연재해가 북한의 돈줄이 되며, 북한 측은 매년 다른 해외 재보험사들을 접촉해 가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재해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6년 간 조선국영보험공사에서 일하는 동안 현금 가방이 싱가포르와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도착했고, 그 돈은 김정일 위원장의 현금 줄인 북한 노동당39호실로 바로 배달됐다고 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서울의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의 말을 빌어 노동당 39호실은 북한 고위층을 위한 사치품을 사는 외화벌이나 미사일 부품, 다른 무기체계를 사는 데 돈을 쓴다고 보도했습니다. 즉, 북한이 재보험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그렇게 쓰인다는 것입니다.

문) 그런데 지난 해 말 재보험사들의 패소로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제는 북한의 재보험을 이용한 외화벌이가 쉽지 않을 것도 같은데요.

답) 맞습니다. 지난 해 패소 판결은 여러 재보험사들과 중개인들이 앞으로 북한과의 거래를 피하도록 하는 경고가 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조선국영보험공사 측 팀 아케로이드 변호사는 당시 사건이 북한이 재보험사를 찾는 데 명백하게 흠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보험업계의 한 전문가는 절대 조선국영보험공사와 재보험 계약을 하지 말라는 경고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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