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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영방송 PBS, 탈북자 문제 장편 다큐 방송


북한 정부의 2차 핵실험과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 등으로 국제사회의 시선이 안보 현안에 집중된 가운데 탈북자 등 인권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탈북자들의 고통스런 삶과 험난한 탈출 장면을 생생히 담은 다큐멘터리가 미국 전역에 방송됩니다.

미국의 공영방송 PBS는 다음 달 1일부터 뉴욕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탈북자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어’를 방송한다고 밝혔습니다.

PBS홍보 팀의 글로리아 박 씨는 1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2001년부터 국제 문제 다큐멘터리로 인기를 끌어온 ‘와이드 앵글’ 프로그램의 8번째 시리즈 중 첫 방송으로 탈북자 다큐멘터리를 선정했다며, CNN 방송 앵커를 지낸 유명 언론인 애런 브라운 씨가 진행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PBS의 ‘와이드 앵글’은 몇 년 전 평양에 거주하는 두 소녀와 가족의 삶을 다룬 ‘A State of Mind’ 를 방영한 바 있지만 탈북자 관련 다큐멘터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한PBS의 샬럿 맨진 프로듀서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북한 문제들이 미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지만 또 다른 측면인 탈북자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어 첫 방송으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련 사안이 핵실험과 미국인 여기자 억류 사건만 있는 것은 아니며, 탈북자 등 인권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다큐멘터리의 제작과 시기를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PBS의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조선일보’가 북-중 국경지역에서 이뤄지는 인신매매와 마약 밀매, 한국행 탈출 과정을 현지에서 직접 촬영해 주목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천국의 국경’을 재편집한 뒤 보강 취재한 것입니다.

맨진 프로듀서는 탈북자 가운데 여성이 80% 이상인 점을 착안해 장애아를 가진 탈북 여성과 가수를 꿈꾸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습니다.

맨진 프로듀서는 ‘조선일보’ 취재진과의 추가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이야기들을 더욱 생생하게 담았다며, ‘천국의 국경을 넘어’는 올해 10여 편의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가운데 최대 화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영방송인 PBS의 이번 다큐멘터리 방영은 북한의 인권 실태를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폴 월포위츠 미국기업연구소(AEI) 방문 연구위원은 16일 ‘월스트리트저널’ 신문 기고문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과 함께 탈북자 재정착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국방부 차관, 부장관을 지낸 외교안보 전문가가 탈북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월포위츠 전 부장관은 중국에서 강제북송 위협 속에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재정착을 위해 미국과 한국 정상이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며, 이제 탈북자에 대한 시각을 달리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의 대규모 탈북이 북한 내 급작스런 변화를 야기해 지역 불안정을 유도할 수 있으며, 탈북자 문제에 과감하게 대처하지 않는 미국과 한국, 중국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월포위츠 전 부장관은 과거 동독 난민의 예를 들며, 이들의 서독행 탈출이 동독정권의 약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당시 대세였던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의 약화가 동독 난민의 대거 탈출로 이어졌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트남 공산정권 역시 `보트피플’로 불리는 주민들의 대거 탈출이 정권 약화는 커녕 오히려 정권을 안정시킨 전례가 있다고 월포위츠 전 부장관은 주장했습니다.

월포위츠 전 부장관은 중국 정부에 이런 배경과 유엔난민협약 비준국의 협약 준수를 강조하며, 한 해 탈북자 2만5천 명, 10년 동안 25만 명의 탈북자들을 서서히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포위츠 전 부장관은 이런 인도주의적 노력이 북한 정부의 행태를 바꾸는 것보다 훨씬 덜 위압적이며 지역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포위츠 전 부장관은 이를 위해 미국과 한국은 점진적으로 탈북자 수용을 확대하고 호주와 캐나다 등 가능한 한 많은 나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탈북자들이 미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미주 한인들의 자원봉사 등 강력한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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