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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미국 내 민간 법정서 재판받는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 기지내 수용소에 수감됐던 한 수감자가 최근 민간 법정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서 미국 본토로 이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답) 네, 뉴스에 등장한 인물은 올해 나이 삼십대로 추정되는 아메드 칼판 가일라니 씨입니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가일라니 씨는 지난 9일 뉴욕에 있는 연방 법정에 출두해, 자신에게 적용된 죄목들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가일라니 씨에게는 현재 살인 공모 등 모두 286개 혐의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문)그런데 이 가일라니 씨는 어떤 인물인가요?

(답) 네 가일라니 씨는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탄자니아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 기록을 보면은 가일라니 씨는 지난 1998년에 미국인 12명을 포함해 모두 224명이 숨졌던 탄자니아와 케냐 주재 미국 대사관 폭탄 테러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후 가일라니 씨는 2004년까지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 요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했다고 하는데요, 한동안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의 경호원으로 일하기도 했다는군요. 가일라니 씨는 2004년에 체포된 뒤에, 지금은 없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거에 미국 중앙정보국이 운영하던 비밀 감옥에 수감돼 있다가, 2006년에 관타나모 기지로 이감됐습니다.

(문) 이 가일라니 씨는 관타나모 수감자 중에서 처음으로 미국 본토에 있는 민간 법정에서 재판받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뭔가요?

(답)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바마 대통령은 이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와 함께 되도록이면 많은 수감자들을 미국의 민간 법정에 세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죠? 이들을 민간 법정에 세워 미국 법으로 심판하겠다는 그런 말이 되겠습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도 최근 기자 회견에서 가일라니 씨의 재판은 오래 전에 이미 행해졌어야할 일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 깁스 대변인, 가일라니 씨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고, 희생자 가족들은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이 재판을 기다려 왔다고 말하는군요?

(답) 네, 사실 가일라니 씨는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지은 죄목으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는 몇 안되는 수감자 중에 하나입니다. 가일라니 씨 외에 이 탄자니아와 케냐 대사관 폭파 사건에 연루됐다 체포된 용의자들은 이미 미국 안에서 재판을 받았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재판이 늦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가일라니 씨를 민간 법정에 세우는 것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장기적으로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 중에 하나에 포함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문) 이 말은 수용소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수용소 안에 있던 수감자들을 어디론가 보내야 한다. 그런데 이 수감자들을 그냥 풀어줄 수는 없으니까, 이 참에 정식으로 민간 법정에 세워 재판을 해서, 이들을 오랫동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그런 의미겠죠?

(답) 네, 정확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의도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문) 가일라니 씨에 대한 미국 본토 이송 문제를 두고 벌써 공화당 측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구요?

(답) 그렇습니다. 뉴욕시의 공화당 출신 연방 하원 의원, 피터 킹 의원은 오바마 정부가 관타나모 수감자들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수감자들이 미국 땅에 발을 붙이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존 뵈너 공화당 하원 원내 대표는 가일라니 씨를 미국 땅으로 이감한 것은 미국 정부가 테러리스트와 살인자들에게, 미국 시민들에게나 부여하는 헌법상 권리를 준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습니다. 뵈너 대표는 또 이 가일라니 씨 이송이 전례가 돼서 오바마 정부는 앞으로 더 많은 수감자들을 미국 본토로 불러들일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문) 원래 공화당은 이 관타나모 수용소 자체를 폐쇄하지 말자는 입장이죠?

(답) 물론 공화당 내에서 이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대다수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반대하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그중에 하나가요,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수용소를 폐쇄하면 이곳에 있는 수감자들을 어딘가로 보내야 하는데, 사실 이들을 미국 본토에 있는 감옥말고 보낼 데가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공화당 측은 바로 이런 점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죠. 이런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을 미국 본토에서 수감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관타나모 수용소를 계속 유지해서, 그곳에 계속 테러 용의자들을 가두어 놓아라 뭐 그런 의미가 되겠습니다.

(문) 공화당뿐 만이 아니라, 각 주정부들도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자신들의 관할 구역으로 이송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위험한 사람들을 우리 동네에는 수감할 수 없다는 얘기죠? 일부 주에서는 아예 관타나모 수감자 이송을 거부하는 결의안을 내기도 했습니다. 버지니아 주 스탠퍼트 카운티는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인근 해군 기지인 콴티코 기지로 이감될 것 같은 움직임이 보이자, 이를 반대하는 결의안을 냈죠? 미주리 주도 연방 의회에 보내는 결의안을 통해서, 미주리 주에 테러 용의자들을 이감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네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 카운티에는 캠프 펜들턴이라고 미국에서 가장 큰 해병대 기지가 있는데요, 정부 일각에서 이곳을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이감 장소의 하나로 삼겠다는 말이 나왔었죠?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이를 거부한다는 결의안을 냈습니다. 몬타나 주의 한 마을은 자발적으로 이들 수감자들을 받겠다는 말을 했다가, 몬타나 주 의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고 합니다.

(문) 미국 국민들은 대부분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나 수감자들의 미국 내 이감을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죠?

(답) 그렇습니다. 올해 3월에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발표한 자료를 보니까요, 미국인의 65%가 수감자들을 미국 안으로 이송하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또 만일 자신이 살고 있는 주에 수감자들을 이송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74%가 반대한다고 밝혔군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문제에 대해선 79%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의 일환으로 수감자들을 미국으로 이송하기 시작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조치, 앞으로 관타나모 수용소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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