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내륙 기업인들, ‘방북 불허 조치 철회해야’


개성공단이 아닌 평양 등 북한의 내륙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이 오늘(15일) 방북 제한 조치를 즉각 철회해 줄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오늘 연합회를 출범시키고 민간 차원의 남북 경제협력이 정치 상황에 좌우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 내륙에 진출한 기업인들의 모임인 '남북경협 경제인총연합회'는 한국 정부의 방북 불허 조치는 즉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합회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기인대회를 열고 "한국 정부가 북한 내륙 진출 기업의 방북을 불허함으로써 40-50개 기업들이 고사 상태에 있다"며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합회 임시의장을 맡고 있는 김정태 안동대마방직 회장입니다.

"정부 당국은 정치적인 이유로 현재 내륙 진출 기업인들의 방북을 봉쇄함으로써 많은 기업인들을 고사시키고 있는 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협력 사업의 경우 북한의 기술력이 취약하므로 기업인이 방북하기 전에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습니다. 방북 불허 때문에 부도 직전에 있는 회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신변안전을 이유로 제한했던 민간인의 방북을 지난 달 25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전면 불허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섬유공장을 운영 중인 한 대표는 "지난 3개월 동안 방북하지 못해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통일부에서 신변안전 문구가 담긴 초청장을 요구해 제출했지만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며 "개성공단 사업자들은 북한에 가는데 왜 그밖의 지역은 못 가게 막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연합회는 또 "현 정부가 대북 무역고의 10분에 1에도 못 미치는 개성공단 사업이 남북 경협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에만 집중된 정부의 경협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연합회는 우선 민간 차원의 남북 경제협력이 정치 상황에 좌우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남북한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또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있을 때마다 규제 조치가 내려진다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어렵다며 방북을 승인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첫째 남북 당국은 민간 경협이 정치적 잣대로 이용되지 않고 기업 활동의 자율과 창조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합니다. 둘째 남측 정부는 내륙 진출 기업의 방북 금지 조치와 선박운행 금지 조치, 금강산 관광 금지 등 민간 경협을 재개해주시길 촉구합니다."

연합회는 이와 함께 "북한의 경우 민경련(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의 단일창구를 운영하고 있는 데 반해 남측은 창구가 분산돼 있어 불공정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단일 창구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연합회는 다음 달 중으로 총회를 열고 공동대표단을 선출하는 한편,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해 연합회를 대북 경협의 민간 부문 책임기관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입니다.

연합회는 또 사업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신고창구를 만드는 한편 사업자 간에 과도한 경쟁을 중재할 수 있는 기구도 만들 예정입니다. 이 밖에 사업자간 정보 교류를 확대하고 인도적 지원단체와도 협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연합회에는 북한에서 농림수산물 교역이나 임가공, 금강산 관광 사업 등을 하고 있는 4백 여 개 기업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15일 출범식에선 전임 정부 인사들도 참석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연합회의 상임고문을 맡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축사를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액은 한국 국민 총생산의 0.06%"라며 "정부가 대북 지원을 '퍼주기'로 보지 말고, 포용적인 대북정책을 펼 것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4,5년 간 대북 지원을 조사한 결과 북한에 상업적 거래를 제외하고 민간 정부 합쳐 북한에 준 원조가 연간 5억 불이었습니다. 이는 한국 국민 총생산의 0.06% 입니다. 쉽게 말하면 1백만원 월급 받는 형이 못 사는 동생에게 6백 원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과연 '퍼주기'라고 해야 하는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축사에서 "현 정부가 6.15 남북 공동선언 정신을 무시해서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경색됐다"며 "남북 화해협력 시대는 곧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기업인들의 방북 불허 조치와 관련해 "억류 근로자 문제를 비롯해 핵실험 등 북한의 위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남측 국민의 신변안전을 감안해 방북을 불허하고 있다"며 "개성공단 업체들에게도 최소한의 인원만 방북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방북 승인 시기에 대해 "억류 근로자 문제 등 전반적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방북을 승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륙 진출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