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1일 열린 남북한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현재의 75 달러 선에서 3백 달러 선으로 4배 가량 인상하고, 개성공단 1단계 1백 만평에 대한 토지임대료도 당초 계약의 31배에 달하는 5억 달러로 올려 줄 것을 한국 측에 요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장기 억류 중인 한국의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11일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의 임금을 3백 달러 선으로 인상하고 임금의 연간 인상률 상한선도 현행 5%로 돼 있는 것을 10~20% 선으로 올려달라고 한국 측에 요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1단계 1백 만평에 대한 50년 간의 토지임대료도 5억 달러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북측은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열린 개성공단 운영 관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 이 같은 요구안을 제시했다고 한국의 통일부가 밝혔습니다.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사회보험료를 포함해 75 달러 선으로 북측의 이번 요구는 4배에 달하는 인상안입니다.
또 토지임대료로 새롭게 제시한 5억 달러는 현대아산과 한국토지공사가 지난 2004년 4월 13일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맺은 계약에 명시된 1천6백만 달러의 31배에 이릅니다. 당초 금액인 1천 6백만 달러는 이미 납부한 상태로, 북측은 자신들의 인상안에 따라 한국 측이 추가 납부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한편, 한국 측은 74일째 억류 중인 현대아산 유모 씨 문제가 개성공단 운영의 본질적 문제임을 집중 거론하며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유 씨가 "잘 지내고 있다"고만 대답했습니다.
회담에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영탁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 대표입니다.
"억류 근로자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고 지금 현재의 그의 소재와 건강 상태를 알려줄 것을 촉구하고 접견도 허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우리 요구에 대해서 북한 측은 억류된 근로자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남북 양측은 오는 19일 개성에서 후속 협상을 위한 실무회담을 다시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 측은 북측의 요구를 개성공단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보면서도 협상은 이제부터라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영탁 통일부 상근회담 대표는 회담을 마친 뒤 서울로 돌아와 통일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설명회를 통해 북한이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협의해나가자"는 입장을 밝혀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북쪽에서도 개성공단을 정말로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있는 것을 몇 번 밝히고 또 북측 기조 발언문에도 그 것이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것은 계속 협의하기 위한 하나의 제시안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김영탁 대표는 또 오는 19일 후속회담을 하기로 한 데 대해 "북측이 추가 협상을 먼저 제안했고 남측도 동의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당국은 북측이 제시한 요구안에 대해 개성공단 입주업체와 현대아산 등 관련 업체들과 충분한 논의를 갖고 추가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 대표는 또 현재 74일째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문제와 관련해선 거듭 조기 석방과 유 씨의 소재, 건강 상태 확인, 접견 허용 등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유 씨 소재와 관련해선 개성에 있느냐는 남측 대표단의 질문에 북측은 "편할대로 해석하라"고 답변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한국 측은 이번 회담에서 유 씨 억류 문제로 촉발된 근로자 신변안전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남북 출입.체류 공동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습니다.
또 북한이 현재 취하고 있는 개성공단 출입 체류 제한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통행, 통신, 통관 문제를 협의해 해결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한편, 이번 회담은 지난 4월21일 1차 접촉 때와는 달리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차 접촉 때는 장소와 의제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며 밤늦게 비로소 본 접촉을 했었습니다.
회담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로 나뉘어서 진행됐고 오전회담은 10시 40분부터 50분 간, 그리고 오후 회담은 오후 3시부터 40분 간 이뤄졌으며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 측은 김영탁 대표가 그리고 북측은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