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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 석유회사, 환경파괴 책임 인정


세계 최대 정유회사 중 하나인 로열더치셸이 나이지리아 유전 개발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인권 침해를 저지른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셸은 이에 따라 1천5백50만 달러를 배상하기로 했는데요, 인권 침해에 대한 기업의 보상으로는 역대 최대 액수입니다. 셸과 나이지리아 원주민들이 오랫동안 벌여온 법정 공방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문) 로열더치셸,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이죠? (그렇습니다) 이 회사와 나이지리아 원주민들 간의 법정 다툼이 시작된 지 10년이 훨씬 넘는다구요?

답) 거의 14년이 다 됐습니다.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당시 니제르델타 유전지대에 사는 오고니족 원주민 환경운동가 켄 사로-위와를 비롯한 8명이 처형된 사건이 발단이 됐습니다.

문) 셸이 이 사람들의 처형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답) 말씀드렸듯이 처형된 사람들은 환경운동가입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이 나이지리아 유전을 캐내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현장을 당연히 묵과할 수 없었겠죠. 그래서 사로-위와가 이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채굴 중단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후 나이지리아 군부 독재정권이 나서서 오고니 원주민 탄압에 나섰구요. 결국 사로-위와를 비롯한 8명의 동료들은 체포된 뒤 처형됐습니다.

문) 나이지리아 정부가 환경운동가들을 처형한 것인데 셸이 그 과정에 개입했다는 얘긴가요?

답) 물론 셸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지난 2001년 환경단체죠, 그린피스가 셸이 군정에 돈을 댔다고 증언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나이지리아 군이 사로-위와를 체포할 때 셸의 헬기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구요. 셸이 증인들을 매수하려고 했던 사실까지 알려졌습니다.

문) 현지에서 셸의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얘기군요.

답) 예. 1958년 이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해 나이지리아의 석유 자원을 독식해 왔으니까요. 그렇지만 무분별한 석유 개발로 인해 환경이 급속히 황폐화됐습니다. 실제로 지난 1993년에는 40일 동안 원유를 누출시키는 사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2년 뒤에 처형된 사로-위와는 생존의 터전이 파괴되는 그런 현실을 적극 고발했던 것이구요.

문) 셸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겠군요. 그런데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소송을 제기한 건가요?

답)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4년 외국인이라도 인권 침해를 당했을 경우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위 '외국인 불법행위 배상청구법'에 근거를 둔 것인데요. 이 법에 따라서 유족들은 미국 뉴욕의 맨해튼 연방법원에 셸을 상대로 배상청구 소송을 낼 수 있었습니다. 뉴욕의 인권변호사들이 변론을 맡았구요. 유족 측 변호사 중 한 사람인 주디스 촘스키 브라운의 말을 들어 보시죠.

셸이 결국 주민들에게 배상하기로 합의한 것은 진실이 더 밝혀지는 데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셸 측이 책임을 인정한다, 즉 항복했다는 겁니다.

문) 셸은 어떤 입장인가요?

답) 셸은 6년 전 고의는 아니었지만 현지 분쟁에 영향을 줬다, 이렇게 일부 책임을 시인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려 14년 간의 법정 공방을 통해 합의했으면서도 모든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문) 그런데 왜 거액을 내놓겠다는 겁니까?

답) 셸 측 입장을 그대로 옮기자면 "인도주의 차원"에서, 그리고 "오고니족 영토에서 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합의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문) 그렇지만 셸은 여전히 자신들과는 관계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구요? (물론입니다) 오히려 관용을 베푸는 듯한 태도네요.

답) 그렇죠? 하지만 이번 소송 결과만큼은 평가할 만 합니다. 사로-위와가 살아 있을 때 그에게 자문역을 했던 "오일 체인지 인터네셔널"의 스티브 크레츠만이라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시죠.

셸이 이번 소송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압력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또 셸이 오염시킨 니제르델타 유전지역을 정화해야 할 필요성 역시 느꼈을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이들이 셸의 유전 개발 과정을 감시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예. 일부에서는 이번에 에너지 기업들의 또다른 얼굴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결과가 이들 기업들의 행태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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