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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정치적 위기 몰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았습니다. 집권 노동당이 잇따라 선거에 참패하면서 거센 사퇴 압력과 조기총선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브라운 총리는 여전히 민심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문) 브라운 총리가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했군요.

답) 그렇습니다. 당 안팎에서 총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브라운 총리는 야당의 공세 뿐만이 아니라 당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해서도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문) 브라운 총리를 궁지에 몰아넣은 원인, 역시 선거와 관련이 있죠? 여당의 성적이 상당히 안 좋더군요.

답) 예. 그것도 두 번 연속 선거에서 참패했죠. 우선 지난 4일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 노동당은 34개 카운티 의회 가운데 한 군데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최악의 부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지방의회 선거 뿐만이 아니었죠?

답) 예. 지방의회 선거에 이어서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참패했습니다. 노동당은 전국 단위로는 사상 처음으로 보수야당과 또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에 이어서 3위로 떨어졌습니다.

문) 아무래도 다른 당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기 보다는 노동당이 민심을 크게 잃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죠?

답) 바로 그렇습니다. 최종 개표결과가 어제 나왔는데요. 노동당은 15.7%의 지지율로 13석, 보수 야당은 27.7%의 지지율로 25석을 차지했습니다.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은 16.5%로 역시 13석을 확보했습니다. 지난 선거와 비교를 해보면 노동당의 부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4년 선거 때 득표율과 비교해 노동당은 6.9%가 떨어졌습니다. 반면 보수 야당은 1%가 늘었구요. 또 영국독립당은 0.3%가 올라갔습니다.

문) 자, 브라운 총리가 퇴진 압력을 받는 이유가 선거 참패 때문이라면,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 다시 말해 노동당이 이렇게 인기 없는 이유는 뭔가요?

답) 가장 큰 원인은 최근 영국 하원을 아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주택 수당 부당청구 스캔들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달도 넘게 끌었죠?) 네. 영국 의원들은 지역구 집이나 런던 근교의 집 중 한 곳에 대해 주택 수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언론에 폭로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의원들이 이를 남용했다는 겁니다.

문) 한마디로 무분별하게 주택 수당을 청구했다, 그런 비난이죠? 문제의 의원들 가운데 노동당 의원들이 더 많았나 보죠?

답)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보수 야당이 노동당 의원들의 개별 사례 보다 심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보수 야당 당수는 당 차원의 즉각적 대처에 나선 반면 브라운 총리는 그러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민심은 이 사건과 관련된 의원들을 즉각 출당시키길 원했는데 총리는 제도 개혁 쪽에 더 관심을 갖는 듯 했기 때문입니다.

문) 얼마 전에 브라운 총리가 노르망디 상륙작전 65주년 행사에서 야유를 듣는 모습을 봤는데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요?

답) 주택 수당 부당청구 스캔들과 관련이 있는 비난은 아니었지만 가뜩이나 인기 없는 총리에 대한 지지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죠. 총리가 행사장에 도착하자 일부 군중들이 큰 소리로 야유를 했으니까요. 이번 노르망디 상륙작전 65주년 행사에 영국 여왕이 초대되지 못했죠? (예. 파장이 제법 컸는데) 그 원인을 총리에게 돌리는 비난이었습니다.

문) 총리가 여왕의 행사 불참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답) 영국 언론이 제기한 주장은 브라운 총리가 왕실을 견제하려 했다는 겁니다. 여왕 대신 그 중요한 행사장에서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도록 여왕의 참석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거죠. 그 일로 열흘 넘게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습니다. 또 총리가 야유를 받는 장면은 영국의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서 계속해서 재방영됐구요. 정치인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문) 당 안팎에서 일고 있는 총리에 대한 거센 사퇴 압력과 조기총선 요구,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얘긴가요?

답) 말 그대로 총리가 우선 사퇴하라는 요구인데요. 하원의원 3백50명 가운데 70여명이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내년 6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실시하라는 요구입니다. 현 총리 체제 하에서는 국민의 정치불신을 극복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총선을 통해 경기회복에 매진해 달라, 그런 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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