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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억류기자 석방협상 난항 예상


북한 당국이 미국인 기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이들의 석방을 위한 양국의 접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미국의 고위급 특사가 평양에 파견돼 이들의 조기 석방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둘러싼 정세를 고려할 때 어려움도 예상됩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김근삼 기자. 미국 정부는 북한 당국에 의해 중형이 선고된 두 여기자 석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답) 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재판 결과가 발표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능한 모든 채널과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조속한 석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우선 북한 당국에는 비록 중형을 선고하기는 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형을 집행하지 않고 추방 형식으로 석방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고요, 또 주변국 등 여러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이들의 석방을 요구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앞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이미 서신을 보냈고, 또 그에 대한 답장이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국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억류 사태 초기부터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석방하기 위한 방안을 북한에 제시해 왔고요, 이제 재판이 마무리 됐기 때문에 양국 간에 물밑에서 보다 많은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지난 1994년과 1996년,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됐을 때 고위급 특사가 평양에 파견돼 협상을 벌인 선례가 있고, 또 이번에도 그런 관측이 많지 않습니까?

답) 네. 이미 미국에서는 과거 미국인 억류 사태와 관련해 북한을 방문했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나, 두 기자가 소속된 '커런트 TV'의 공동설립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이 특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특사로 북한에 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전에 미-북 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8일 언론 인터뷰 내용을 잠깐 들어보시죠.

현 시점에서 특사 파견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고, 그보다 앞서 미-북 간에 인도적 차원의 협상 교섭이 중요하다는 것인데요. 두 기자의 석방을 위해 고위급 특사가 파견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양국 간 협상에서 석방을 위한 확실한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리고 나면 특사가 평양에 가서 두 기자를 데리고 나오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앞으로 수일에서 수주 간 미-북 간 의견 교환을 통해 어떤 접점을 마련하느냐가, 조기 석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협상 전망은 어떤가요? 1994년과 1996년에는 비교적 빠르게 석방이 이뤄졌던 것으로 아는데요?

답) 정치적으로는 당시에 비해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미국은 철저하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두 기자가 석방돼야 하고, 정치 상황과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정치적인 보상을 원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아시아 재단' 산하 '미-한 정책연구소' 스콧 스나이더 소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북한이 정치적 보상을 요구할 경우 미국 정부는 매우 어려운 결정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와 달리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보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또 최근 국제사회에서도 핵실험에 대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의 석방을 대가로 정치적 보상을 제공한다면, 이는 스스로의 입장을 번복하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최대한 함구하면서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석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북한이 정치적 보상을 원할 경우 석방 교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인데요. 하지만 북한이 이들에 대한 형을 실제로 집행하기 보다는, 과거처럼 조기 석방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 않습니까?

답) 맞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두 기자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노정호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일단 선고를 했기 때문에 법적인 절차는 끝냈지만, 과연 끝까지 집행할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갖습니다. 결국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여기자의 가치가 지금까지가 가장 높고, 그 다음부터는 노동교화형을 집행한다면 비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석방을 하든지 교환을 하든지, 압박을 하다가 해결을 하는 구도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북한이 재판 과정에서 두 기자에 대한 스웨덴 대사 면담을 허용하고, 가족과의 전화통화와 서신 왕래도 허용한 점은 인도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과연 미-북 간에 이들의 석방을 위해 어떤 절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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