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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 미국 여기자들에 12년형 선고


북한은 오늘 (8일) 억류 중인 미국인 여기자 2명에 대해 조선민족적대죄 등 혐의로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북한은 중형 선고로 여기자들에 대한 사법 절차를 마무리함으로써 이들의 조기 석방 카드를 앞으로 미국 정부와의 정치적 협상에서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북한의 중앙재판소가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해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재판소가 미국 기자 로라 링과 리승은 (미국 이름 유 나 리)에 대한 재판을 6월4일부터 8일까지 사이에 진행했다"며 "재판에선 이미 기소된 조선민족적대죄, 비법국경출입죄에 대한 유죄를 확정하고 로라 링과 리승은에게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언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재판은 피고가 1심에 불복할 경우 상소를 통해 2심까지 거칠 수 있지만 북한의 최고법원인 중앙재판소에서 1심을 선고하면 그 것으로 형이 확정됩니다.

따라서 미국 여기자들에 대한 북한의 사법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두 여기자들의 조기 석방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북한 당국 간 교섭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입니다.

여기자들에게 선고한 12년형은 '조선민족적대죄' 가운데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 해당하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비법국경출입죄'에 해당하는 형량을 합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형법상 '조선민족적대죄'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할 수 있지만 정상이 무거운 경우엔 10년 이상도 가능합니다. 또 '비법국경출입죄'도 통상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을, 정상이 무거운 경우엔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노동교화형은 교화소 수감 생활과 함께 강제 노역을 시키는 형벌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이번 재판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열렸다고 밝혀 통상 재판 기일 당일 선고가 이뤄지는 북한에선 이례적으로 오래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재판은 또 참관인을 일체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내린 형량은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상당한 중형입니다.

이란의 경우 '취재 행위를 빙자한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 1월 체포했던 이란계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 씨에게 지난 4월 열린 1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가 5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는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클린턴 국무장관의 강경 대북 입장, 여기에 대한 반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또 하나의 측면은 최고형을 때림으로써 실질적으로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미국이 북한에게 보여달라는 그런 신호로 읽혀집니다."

전문가들은 재판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었던 점에 대해선 북한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봐 가면서 진행했기 때문으로 보고 북한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곧 발표할 대북 제재 내용 등이 여기자들의 조기 석방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커런트 TV 소속 한국계 리승은과 중국계 로라 링 두 여기자들은 지난 3월17일 중국과의 접경인 두만강 인근에서 탈북자 문제 등을 취재하던 중 북한 군에 붙잡혀 억류됐습니다.

북한은 3월 말 두 여기자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로 "불법입국과 적대행위 혐의가 확정됐다"고 밝힌 데 이어 4월24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기소 방침을 밝히고 지난 달 14일엔 6월4일 재판할 것이라고 일정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4년 비행 착오로 국경을 넘은 미국 정찰기 조종사 보비 홀과 1996년 중국 국경지역에서 압록강을 건너 북한으로 넘어간 미국인 에번 헌지커를 재판절차 없이 협상 끝에 석방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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