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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논쟁 가열되는 낙태의사 살인사건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얼마 전에 캔자스 주에서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가 총격 살해된 사건이 났죠?

(답) 네, 지난 달 31일, 캔자스 주 위치타에서 틸러여성병원을 운영하는 올해 67살의 조지 틸러 씨가 자신이 다니던 교회 앞에서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를 두고 미국 내 낙태 찬성 진영과 반대 진영 간에 논쟁이 한창입니다.

(문) 이번에 살해된 틸러 씨는 낙태 문제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람이죠?

(답) 그렇습니다. 틸러 씨는 지난 30여년 동안 낙태 시술을 했는데요, 특히나 잉태된 지 6개월이나 지난 태아에 대한 낙태 시술도 해서, 낙태 반대론자들에게 악명이 높았던 사람입니다. 임신 6개월 차 태아에 대한 낙태를 해주는 병원은 미국 안에서 세군데가 있다고 하는데요, 틸러 씨의 병원이 그중 하나였죠. 낙태 반대론자들은 그동안 틸러 씨를 아이 살해범으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문) 이 목소리는 보수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폭스 뉴스의 유명한 뉴스 진행자 빌 오렐리의 목소리군요?

(답) 그렇습니다. 오렐리 씨, 이 틸러 씨는 산모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이유로 태 안에서 생성된 지 21주가 넘은 아기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죠? 이렇듯, 틸러 씨는 낙태 반대 진영에서는 싸워야 할 공적 1호로 꼽히던 사람이었습니다.

(문) 하지만 틸러 씨는 생전에 자신이 하는 일이 정당하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었죠?

(답) 네, 틸러 씨 자신이 하는 일은 도덕적이고 합법적이며 윤리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은 이 일을 할 권리가 있고, 누구도 자신을 병원이 위치한 위치타 시에서 쫓아낼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 보통 경우에는 병원에서는 임신한 지 대략 20주가 지난 산모에 대해서는 낙태 시술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살해된 틸러 씨는 그동안 잉태된 지 24주, 즉 6개월이 지난 태아에 대한 낙태 수술을 했죠. 임신 6개월이 지나면, 태아가 거의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취한 것이 보통인데, 이런 태아를 낙태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가요?

(답) 예외없는 규칙이 없다고 이에도 역시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먼저 산모가 낙태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입니다.

(문) 그런데 이렇게 산모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낙태를 하는 것은 그렇다치고, 논쟁이 되는 예외 규정은 바로 두번째 규정이죠?

(답) 그렇습니다. 두번째 예외 규정은 임신으로 인해 산모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 임신한 지 6개월이 지났을지라도 낙태 수술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 낙태 반대론자들은 이번에 살해된 틸러 씨가 이런 두번째 예외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죠?

(답) 그렇습니다. 물론 이 두번째 예외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두 명의 의사가 임신이 산모의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을 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려야 한다고 합니다. 임신 6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아무나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인데요, 하지만 낙태 반대론자들은 틸러 씨가 이 두번째 예외 규정을 교묘하게 악용해 낙태 시술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문) 그런데 이틸러 씨는 이전에도 극단적인 낙태 반대론자들로부터 수차례 위협을 당한 바 있죠?

(답) 그렇습니다. 틸러 씨는 낙태 병원을 열고 얼굴이 알려지면서부터, 그동안 수많은 위협을 받아 왔습니다. 지난 1993년에는 총격을 받기도 했지만 살아 남았고요, 그의 병원은 지금까지 몇번이나 습격을 받았고, 심지어 1995년에는 폭탄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틸러 씨, 결국에는 총격을 받고 사망한거죠.

(문) 틸러 씨에게 총격을 가한 사람은 체포됐나요?

(답) 네, 체포된 용의자는 올해 51살인 스캇 뢰더 씨입니다. 뢰더 씨는 1990년대에 프리맨이란 반정부 그룹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고요, 지난 1996년에는 사제 폭탄 제조 혐의로 보호관찰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문) 틸러 씨 이전에도 낙태 반대론자들에 의해 살해된 의사들이 있었죠?

(답) 그렇습니다. 지난 1994년 플로리다 주 펜사콜라에서 의사 데이비드 군 씨가 살해됐고요, 가장 최근에는 11년 전인 1998년에 뉴욕 주 버팔로에서 의사 버넷 슬레피안 씨가 살해됐습니다.

(문) 얼마 전에 카톨릭계 대학인 노트르담 대학을 방문한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낙태 찬성 진영과 반대 진영에게, 서로 대화하면서 공유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보라는 연설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살인 사건은 이런 오바마 대통령의 권유를 무색하게 만들었군요?

(답) 그렇습니다. 사실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를 살해하는 것 같은 극단적인 폭력 행위는 낙태 반대 진영에서 제일 꺼려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낙태 반대 진영은 이번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즉각 이번 살인 사건과 자신들을 분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틸러 씨 살인 사건이 낙태 반대 운동 진영에 악영양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죠. 낙태 반대 운동 진영의 지도자들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면서 어떻게 다른 생명을 지킨다고 할 수 있겠냐고 하면서 이번 살인 사건을 비난했습니다.

(문) 참 이 낙태 문제, 안락사 문제나 총기 소유 문제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논쟁이 뜨거운 사회 현안 중에 현안입니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논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이 와중에 목숨을 잃는 사람이 나오기까지 하는군요. 그런데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는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여론 조사 기관인 갤럽이 지난 달 발표한 최신 조사 결과를 보면요,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이 51% 그리고 낙태를 찬성하는 사람은 42%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해 조사에서는 찬성이 50% 그리고 반대가 44%로 낙태를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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