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사일 방어망을 가동해 이를 요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말했습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를 지냈으며 지난 2002년에는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북한은 최근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답)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핵 실험 이후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 한층 더 어렵고 복잡하게 될 것입니다. 또 미국이 미사일 방어망을 가동해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 북한이 지난 25일 2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3년 전 1차 핵실험과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이번 핵실험은 3년 전 1차 핵실험 때보다 훨씬 강력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핵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보이구요, 또 1차 때보다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입장이 한결 강경한 것도 차이점입니다.
문)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후계자가 됐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핵실험이 후계 문제와 관계가 있을까요?
답) 북한의 핵실험은 후계자 문제와 모종의 관련이 있을 공산이 큽니다. 북한은 과거와 달리 미국과의 대화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후계 문제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이 문제는 분명치 않습니다.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베이징 수뇌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격노하고 실망했을 공산이 큽니다. 중국은 북한에 석유와 식량을 대주고 있는데 핵실험을 실시했으니까요. 지금은 유엔 안보리가 대북 금융제재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중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답)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지 일주일 이상이 지났는데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보십니까?
답) 기본적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는 한편 한국, 일본, 중국의 의견을 청취하고 또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을 재확인 하고 있는데,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방북 계획은 이제 물 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할까요?
답) 글쎄요. 당초 오바마 행정부는 보즈워스 특사를 평양에 보내 미국과 북한 간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했어요. 그런데 북한이 그의 방북을 거부했죠. 이제 사태가 이렇게 됐는데…이 문제 역시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군요.
문) 미국과 북한은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있을 지 석 달 뒤에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 간 독일 베를린 회담으로 핵 문제에 돌파구가 열렸는데요. 이번에도 핵실험을 계기로 미-북 간에 돌파구가 열릴까요?
답) 나는 좀 회의적입니다. 무엇보다 상황이 그때와는 다릅니다. 당시 힐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베를린에서 만나서 핵 문제 해법을 만들고 이를 기초로 6자회담이 활성화됐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때와는 다릅니다. 북한은 지금 핵실험을 강행한데다 기존의 6자회담을 무력화시켰어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한다고 해도 과연 과거와 같은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 듭니다.
문) 현재 북한은 미국인 여기자 두 명을 두 달 넘게 억류하고 있는데요, 만일 여기자들이 석방된다면 미-북 관계가 좀 풀릴까요?
답) 억류 중인 미국인 여기자들이 석방된다면 미-북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분위기가 좀 긍정적으로 변하겠죠. 그러나 여기자가 석방된다고 해서 핵 문제를 비롯한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 지난 2002년 10월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북한에 우라늄 농축 문제를 처음 제기하셨는데요, 일부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정보를 과장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사실을 잘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중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이를 방치했을 경우 북한은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핵 개발에 나섰을 것입니다.
문) 끝으로 평양의 수뇌부에 전할 메시지가 있으면 말씀해주시죠.
답) 북한이 중국을 좀 눈여겨 봐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해서 지금 날로 번영하고 있습니다. 북한 수뇌부도 개방을 하면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고 또 정권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